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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양심적 병역거부자 위한 한국형 대체복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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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Law&Life-세상의 빈틈]② "재난 복구·구호 업무에 육군의 2배 복무"]

머니투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은 제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들이 요구하는 건 똑같다. 바로 대체복무제 도입이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최소한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선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해외에선 그리 특별한 제도가 아니다.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들 가운데 30개국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체복무를 반대하는 이들은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면 누가 군대에 가겠느냐고 지적한다. 대체복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할 경우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군 복무 대신 대체복무를 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대체복무제를 시행한 나라들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진석용 대전대 교수의 2013년 저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따르면 징병제 국가인 덴마크에선 매년 5700여명이 군대에 가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로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이는 연간 600~900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군 복무인원 급감이 우려된다면 대체복무 기간을 군 복무 기간보다 길게 잡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대체복무제 도입 국가들은 대체로 초기엔 현역 복무보다 대체복무 기간을 길게 정한 뒤 추이를 살피며 차츰 대체복무 기간을 줄여나갔다. 대만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 처음에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병사들보다 11개월 길게 정했다가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자 점차 기간을 줄여왔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노르웨이 역시 복무 기간에선 차이가 난다. 군은 6~12개월만 복무하면 되지만, 대체복무를 선택하면 13개월간 복무해야 한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할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쟁점으로 남는다. 대체복무제를 시행 중인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기구를 따로 두고 있다. 그리스는 대학교수와 정신과 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러시아 역시 대체복무 지원자에게 사유서와 계획서를 받아 위원회 면담을 거쳐 결정한다. 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 등은 중범죄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면 대체복무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 2011년 이강국·송두환 헌법재판관은 "대체복무제를 운영하는 많은 나라들을 보면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경우 사이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정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엄격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통해 가려낼 수 있도록 설계·운영한다면 양심의 자유 뿐 아니라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의 확립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앞서 2004년엔 김경일·전효숙 헌법재판관이 "입법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어떤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신설하되 중증 장애인 수발 등 난이도 높은 사회복지 또는 보건·의료, 재난 복구·구호 업무에 현역 육군 병사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투입하자는 병역법·예비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28일 국회와 국방부에 대체복무제를 만들어 시행할 것을 권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는 이틀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국회가 답할 차례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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