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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文대통령, 美장진호 용사에 90도 인사…"너무 오랜시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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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도착 직후 첫 일정으로 장진호전투 기념비 헌화

"장진호 용사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D.C.로 향하던 대통령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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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첫 공식일정으로 자신의 가족사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장진호전투 기념비에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전용기가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장진호전투 기념비가 있는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국립 해병대 박물관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과 로버트 블랙맨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의 영접을 받은 자리에서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여기를 처음 왔다"고 말했다.

넬러 사령관은 "영광스럽다. 가족사와 해병대 역사가 인연을 맺고 있는 이곳 행사장에 오셔서 큰 영광"이라며 "다른 방미 행사도 성공적으로 잘 치르기를 바란다. 한-미 양국의 해병대는 형제와 같다. 부르면 언제든 우리는 달려가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스티븐 옴스테드 중장 등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와 흥남철수 작전 관련 인사들과 '너무나 늦은 해후'를 했다.

문 대통령은 흥남철수 작전을 결정했던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의 외손자인 토마스 퍼거슨 대령에게 "할아버님 덕분에 흥남철수를 할 수 있었고, 제가 그래서 여기에 설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알몬드 장군의 부참모장으로 흥남철수 작전에 기여했던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손자인 네드 포니에게는 "흥남철수가 가능하도록 큰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 그때 9만1000명이 구출됐고, 그 피난민에 우리 부모님이 계셨다"고 말했다.

피난민 구출을 미측에 요청했던 현봉학 박사의 자녀인 현 보울린 여사는 "부친의 제막식에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고, 문 대통령은 "도리를 다하는 데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늦게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인 옴스테드 중장에게는 고개를 90도 가까이 숙이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이에 옴스테드 중장은 "3일 동안 눈보라가 왔고,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벽 1시쯤에 눈이 그치고 별이 보이기 시작해서 그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가 있었다"고 당시 처절했던 전투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 별을 보고 희망을 찾아서 10배가 넘는 중공군을 뚫고 나와 결국 흥남철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 부모가 탔던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였던 로버트 루니 제독은 문 대통령에게 서신과 함께 당시 자신이 직접 찍은 빅토리아호의 사진을 선물했다. 루니 제독은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관계"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참전용사와 흥남철수 관련 인사들로부터 기념배지 등 선물을 받은 뒤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라며 "이제는 50분도 채 안 남았다는데 오래오래 사셔서 통일된 한국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들과 함께 기념비로 이동해 붉은색과 파란색 꽃으로 태극 모양의 장식을 한 화환을 헌화한 후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조화 아래엔 '숭고한 희생으로 맺어진 동맹'이라고 적혀 있었다.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은 기념사를 통해 "장진호 전투가 문 대통령께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두 나라의 굳건한 동맹 속에서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넬러 사령관은 기념사 말미에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뒤이어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참전용사들과 미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니 감회가 깊다.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에 드디어 왔다.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첫 해외순방의 첫 일정을 이곳에서 시작하게 돼 더욱 뜻이 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니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존경과 감사라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행기 안에서도 직접 기념사 원고를 수정하는 등 굉장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윈터 킹(Winter King)이라는 별칭을 가진 산사나무를 기념식수했다. 문 대통령은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인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다"며 "이 나무처럼 한미동맹은 더욱 더 풍성한 나무로 성장할 것입니다.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초 40분을 예정했던 시간을 훌쩍 넘긴 70분간의 시간을 보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이 굉장히 이번 행사에 대해 진심으로 의미를 담고 계셨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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