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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Why뉴스] "왜 안경환은 늑대, 박상기는 호랑이에 비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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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자진 사퇴한 안경환 교수에 이어서 비법조인 출신인 박상기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박상기 후보자는 안 전 후보자보다 검찰개혁에 더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검찰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안경환은 늑대, 박상기는 호랑이에 비유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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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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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환 전 법무장관 후보자와 박상기 법무장관 후보자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많이 다른가?

= 그렇다. 안 전 후보자와 박 후보자를 잘 아는 여러분들에게 들어보니 성격과 스타일, 학문연구에서 큰 차이가 났다.

안경환 전 후보자는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낭만적인 분'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로스클에서 함께 재직했던 교수들은 "품이 너르고 개방적이고 부드러운 호인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박상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후배이거나 동료 법학자거나 공통으로 하는 말이 "깐깐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웃지도 않고, 일처리도 굉장히 철저하고 꼼꼼한 스타일"로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전형적인 대학교수 스타일"이라고들 말한다.

법조인 출신의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안 교수가 낭만적이라면 박 교수는 칼칼하다"면서 "박 후보자는 면도날 같은 면이 있다. 잘 웃지도 않고 깐깐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들도 "박 후보자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가부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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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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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안 전 후보자는 '늑대'로 박 후보자는 '호랑이'로 비유하나?

= 성격이나 스타일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건 아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세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늑대보다는 호랑이가 더 무섭고 강력하다는 취지일 것이다.

두 사람을 잘아는 중견 법조인은 "검찰개혁에 대한 스타일을 두고 '늑대와 호랑이'로 비유하는 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자는 검찰개혁에 대해 내부를 달래면서 가려고 하는 스타일이라면 박상기 후보자는 원칙대로 깐깐하게 밀고 가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 전 후보자는 전공이 형사법이 아니라 영미법이나 헌법 쪽이지만 박상기 후보자는 전공이 형사법이고 오래 전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논문을 여러편 써왔다고 한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일성도 달랐다. 안경환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직을 맡게 되면 법무부의 탈 검사화 등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박상기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제인 법무·검찰 개혁을 반드시 실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신설,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중점 과제로 꼽았다.

검찰의 한 고검장급 인사는 "검찰로서는 안 후보자에 비해 상대하기 까다로운 시어머니를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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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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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은 왜 이렇게 비법조인 출신 법무장관을 고집하는 거냐?

= 문재인 대통령은 안경환 전 후보자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다시 비법조인 출신인 박상기 교수를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은 비법조인 출신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첫 번째 이유는 법조계의 공고한 카르텔을 비법조인 출신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지만 판사와 검사, 변호사로 구성된 법조계의 카르텔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공고하다.

지금은 로스쿨 출범으로 출신이 다양해 지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법대 출신에 고시공부에 사법고시 패스에 사법연수원까지 함께한 동류의식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검찰개혁이건 사법개혁이건 아니면 구체적인 사건이건 법조3륜은 다른듯 같고 갈라진듯 뭉쳐져 있다는 것이다.

홍만표 전 검사장과 최유정 전 부장판사의 수임비리 사건에서 봤듯이 법조3륜은 다른 듯 한 몸과 마찬가지라는 게 법조계 내부의 진단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법조인 출신으로 법무부나 검찰개혁은 사실 요원하다"면서 '진정한 개혁을 하기위해서는 검찰을 잘아는 비법조인이 적격"이라고 실토했다.

▶ 법조3륜이 판사, 검사, 변호사를 의미하는 거냐?

= 그렇다. 법조계는 로스쿨이 출범하기 전에는 기수문화가 성행했다.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사시 몇 회냐? 사법연수원 몇 기냐? 이런 걸로 선후배를 따졌다. 그리고 학교와 지역을 따지는 것이다. 기수문화, 학벌문화, 지역주의가 가장 팽배한 곳이 법조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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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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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관예우'라는 것도 법조3륜이 사실상 한 몸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같은 고시원에서 함께 공부했다는 인연으로 사법연수원에서 지도교수와 제자의 인연으로 법원에서는 부장판사와 배석판사의 인연으로 검찰에서는 부장과 소속 부원의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끈끈하고 두텁다.

한 중견 법조인은 "법대와 사시, 연수원에서 맺은 끈끈한 관계에서 전화를 받다보면 이리 깎이고 저리 깎이고 결국은 둥글둥글 원래 계획했던 모양이 사라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두 번째 이유는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비 검찰출신 법무장관을 내세우고도 개혁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첫 법무장관으로 판사출신인 강금실 변호사를 임명했고 그 뒤 참여정부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며 '천신정으로 불리던 천정배 법무장관을 내세웠지만 검찰개혁에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등을 역임하면서 개혁 실패를 직접 몸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아는 중견 법학교수는 "문 대통령의 (비법조인 법무장관에 대한)강력한 의지는 강금실 천정배의 사법개혁 실패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개혁적인 인물이지만 법조인 출신이라는 한계 때문에 개혁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검찰개혁이 단순히 사람 몇 명 바꾸는 식의 충성경쟁 유도로 흐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촛불시민혁명의 화두는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이었다. 특히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출신을 내세워 검찰을 개혁하기는 어렵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검찰을 장악해서 개혁의 바람잡이로 사용하려 했다가는 나중에 그 검찰에 휘둘리게 된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초기 대검 대검 중수부 폐지 방안이 거론됐지만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이 "내 목을 치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불발에 그쳤던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검사출신인 김경한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강력한 인사로 검찰을 장악했지만 결과적으로 과잉충성을 유발시켜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개혁이 적폐청산의 최우선 순위가 된 것이 당시의 업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깐깐하고 원칙적인 형사법 전문가를 내세워서 검찰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후보자는 검찰의 인적쇄신과 인사제도 개개선 없이는 검찰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네 번째는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장관 후보자의 법무부와 검찰개혁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안경환 전 후보자와 조국 민정수석도 마찬가지로 검찰개혁에 대한 방향이 일치했지만 '박-조 라인'은 훨씬 구체적이고 강력한 투톱라인을 구성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학자들은 주로 논문으로 따지는데 안 전 후보자는 검찰개혁에 대한 논문이 없는 반면 박 후보자와 조국 교수는 논문으로도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나 방향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법학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장관의 개혁 쌍두마차를 내세워서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법무장관이 비법조인이면 검찰총장은 검찰 출신이 되는 거냐?

= 그럴 가능성이 아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고검장 출신인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와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문무일 부산고검장 등 3명이 꼽힌다.

박상기 후보자가 전남 무안 출신이어서 지역을 고려할 경우 경남 함양 출신인 김경수 전 고검장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그렇지만 연세대 출신 장관에 연세대 출신 총장이라는 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호남출신 장관에 호남출신 총장은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구조도 아니다. 그럴 경우 현직인 문무일 고검장과 소병철 전 고검장이 낙점 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총장 후보자는 누가 개혁에 적임자인지? 그리고 개혁에 따른 검찰내부의 불만을
잘 다독일 후보자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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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검찰내부에서 개혁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사실인가?

=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이미 최강욱 변호사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을 겨냥해 "문 아무개와 조 모라는 ××가 어디까지 저럴 수 있는지 한 번 해보자"라는 말이 나온다는 걸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는 "(검찰개혁)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검찰 개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또 박상기 후보자와 관련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거역하기 어려운 시대적 소명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법무부의 탈검찰화 추진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억제 ▲검찰 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 ▲검찰총장추천위원회·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독립성 확보 등을 통한 검찰개혁을 공약했고 이를 실행할 장관과 검찰총장을 낙점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정기인사가 늦어지면서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측면도 있다. 검찰 인사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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