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칼럼]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 이제 질적 변화를 모색할 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이대섭 한국농아인협회 중앙회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배리어프리) 제작에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재능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란 배우들의 대사 외 영화 관람에 필요한 전반적 내용을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추가해 시·청각장애인들을 비롯, 문화취약계층의 영화관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작되는 영화다.

한국농아인협회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위탁받아 만든 영화 편수만도 200여 편에 달하고, 매달 전국 주요 극장에서 최신개봉작이나 흥행작을 매달 2회 이상 상영해 매년 30편의 영화를 시·청각장애인들이 볼 수 있게 됐다. 극장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함께해 상영관의 양적확대와 전국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시청각장애인이 개봉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은 전국 9곳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변화이다. 또 이처럼 상시적인 영화관람 환경구축을 통한 시·청각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높아 차별 없는 문화향유측면에서 성공적인 시도라는 평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청각장애인 입장에서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장애인을 관객이 아닌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청각장애인들도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공간과 시간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일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화사업자들이 장애인의 영화관람 편의증진을 위한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할 법률에서 영화 관련 임의 조항을 의무조항으로, 300석 이상의 상영관으로 제한한 규정을 없애는 등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영화제작단계에서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지원되는 콘텐츠를 동시에 제작하도록 해야 하며, 시·청각장애인의 수요와 편의에 맞춰 상영관 및 스크린 수를 확대하고, 충실한 자막 및 화면해설을 제공할 수 있는 제작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영화 관람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은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가 장애인 복지 차원의 서비스라는 시혜적 인식을 버려야 가능한 것이다.

하와이에서는 작년부터 주 전체의 극장에 시·청각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 했다. 하와이 주 내에서 2곳 이상의 영화관을 운영하는 누구든 개방형 자막을 가진 영화 한 편 당 최소 1주일에 2번 이상 상영하도록 한 제도다. 이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닌 사회에 완전히 포함하는 데 한걸음 다가간 제도이다. 일본에서도 매년 규슈에서 열리는 배리어프리 영화제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를 관람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행사가 아닌 서로의 문화의 격차를 줄여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변화 속에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배리어프리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본다. 장애인을 특별하게 인식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배리어프리 사회가 탄생될 것이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