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성층권서 지상 관측·… 민간 우주 기구 시대 열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의 기구(氣球) 전문 업체 월드 뷰 엔터프라이즈는 29일 역사적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지름 30m인 기구를 지상 30㎞ 성층권까지 띄워 사흘간 머물게 할 계획이다. 민간 업체의 기구가 성층권에서 하루 이상 머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 뷰는 이번 실험에 성공하면 성층권에서 기구로 자연재해 감시와 기상 관측, 태양 관측 등 다양한 임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최신호에서 "월드 뷰의 실험이 성공하면 민간 업체들의 우주 기구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과 연구소, 정부 기관 등이 민간 업체들의 우주 기구를 이용하겠다고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민간 기구

월드 뷰는 2014년 구글의 수석 부사장 앨런 유스타스가 41㎞ 상공에서 낙하산 점프를 성공할 때 사용한 기구를 만들었다. 월드 뷰의 수석 기술 책임자(CTO)인 테버 매컬럼은 "이후 여행객 여섯 명을 태워 우주 체험을 하는 관광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대학과 연구소에서 관측 장비를 성층권까지 올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이번 월드 뷰의 기구 비행은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KFC의 징거 치킨 버거를 싣고 가는 것으로 먼저 화제가 됐다. 원래 21일 이륙할 예정이었으나 기상 때문에 일정이 미뤄졌다. 파티에 쓰는 풍선 4만4000개 분량의 헬륨 가스가 들어가면 기구가 하늘로 올라간다.

기구로 지상 10~55㎞ 성층권을 탐사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한 해 3800만달러(약 434억원)를 들여 성층권 기구 탐사를 10~15회 진행하고 있다. NASA는 기구가 낮밤 온도 차이를 견딜 수 있게 튼튼하게 만들었다. 연구 목적이 특정 고도에서 수십 일 동안 떠다니면서 넓은 지역을 관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질이 약하면 온도에 따라 기구가 부풀거나 바람이 빠져 지역마다 관측 고도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민간 업체의 기구는 NASA 기구만큼 기온 변화에 강하지 못하다. 그만큼 기온 변화에 따라 고도가 자주 변한다. 그럼에도 최근 쓰임새가 늘어난 것은 지상의 한 지점을 집중 관측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성층권에서는 고도에 따라 바람 방향이 다르다. 민간 업체들은 펌프로 기구에 바람을 넣었다 빼면서 고도를 조절해 특정 지점 상공에 머무는 기술을 개발했다. 왼쪽으로 치우쳤다 싶으면 펌프로 기구에서 바람을 주입하거나 빼서 고도를 바꿔 오른쪽으로 부는 바람을 받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단점을 새로운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장점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NASA는 광범위한 지역을 계속 오가며 장기간 관측하는 것이 주임무여서 이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기구가 성층권에서 한 지점에 머물면 지상의 한 지점을 감시하는 정지 궤도 위성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카메라로 지상의 홍수, 산불을 감시하고 삼림이나 경작지 변화도 추적할 수 있다. 월드 뷰가 성층권에 띄울 기구에 성층권(stratosphere)과 위성(satellite)의 영어 단어를 합친 '스트래털라이트(Stratollite)'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상 예보와 우주 연구에도 도움

성층권의 기구는 기상 예보와 우주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케니스 하워드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토네이도 구름 위로 기구를 띄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 관측하면 현재 대피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시간을 10분 전에서 30분 전으로 늘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월드 뷰의 최고 과학자인 앨런 스턴은 "카메라를 우주로 돌리면 태양 표면 폭발이 지상 전력망에 미칠 영향을 미리 점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NASA에서 명왕성 탐사선 프로젝트를 이끈 과학자이다.

업체들의 참여는 계속 늘고 있다. 미국의 레이븐 에어로스타 역시 구글의 저궤도 인터넷 중계용 기구인 '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역시 지상 감시, 우주 관측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니어 스페이스 코퍼레이션, 스페인의 제로 2 인피니티 등도 성층권 우주 기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