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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임정석의 낭중지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 :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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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1985년 미국ㆍ일본ㆍ독일ㆍ프랑스ㆍ영국의 재무장관이 미국 뉴욕의 ‘나 홀로 집에’서 나오는 유명한 플라자 호텔에 모여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낮추고, 일본 엔화 및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절상시키기로 합의하는 유명한 플라자 합의에 다다른다.

이후 일본의 엔화는 1달러당 235엔에서 1년 후에는 120엔까지 가치가 거의 2배로 올랐다. 이로 인해 일본은 수출이 줄어들고 잃어버린 20년이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은 의회가 무역 보호법 통과를 통한 수입 규제를 추진했다. 미국 산업계는 자국 산업 보호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일본 독일과 같은 주요 수출국들을 압박하는 중이었다.

엔화 가치가 올라간 일본은 미국의 심장이라는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빌딩을 사는 등 미국 자산 구매를 시작하였으나, 일본 내 자산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며 버블붕괴라는 폭탄이 터지며 장기 침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 이후 긴 세월 이어졌던 금본위 통화제는 서서히 달러화 중심 통화제로 옮겨가기 시작해서 1971년 이후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85년 각국 재무장관들은 이러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혼란이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엔화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금액의 달러화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준비금으로서의 달러가 기준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의 혼란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환율로 인해 일본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굉장했다.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수출이 줄어들게 되어 수출중심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1달러당 200엔에서 100엔으로 엔화 가치가 절상되면, 미국 소비자는 어제까지 1달러에 살 수 있었던 제품이 2달러로 인상되게 되어 구매를 꺼리거나 다른 제품의 구매로 돌아서게 된다)

이런 매출 축소라는 마이너스 효과에 추가하여 회계적으로 가만히 앉아서 수출로 인한 이익이 줄어드는 이중 마이너스 효과를 받게 된다. (위 예시와 같이 1달러당 200엔에서 100엔으로 엔화 가치가 절상되면, A기업이 수출로 얻은 이익 백만불은 일본기업의 회계장부에는 갑자기 반으로 줄어든 2억엔에서 1억엔으로 기록되게 된다)

이러한 수출기업에의 영향은 자국 내 경제에도 지속해서 연쇄적인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환율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브렉시트는, EU 내에서 유일하게 유로화가 아닌 독자적인 파운드화를 사용하던 영국이 EU 결성을 통해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한 환율 안정화라는 측면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독일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은 심리도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EU 통합전이라면 경제성장 이후 이의 반작용으로 환율 강세, 그로 인한 수출 하락, 경기 침체, 임금 하락, 제품 가격경쟁력 확보, 수출 증가, 다시 경기 활성화라는 경기순환을 겪었을 독일이 EU라는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한 환율 안정화로 인해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의 과실을 누리며 경기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었고 EU의 핵심 국가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이 부분적으로나마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다른 EU 국가들의 경제위기에 독일이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일본의 아베정권은 플라자합의 이후의 희생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강국들로부터 엔화 절하를 용인받고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환율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처럼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계 경제의 변방에 속해있는 우리로서는 환율을 조종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적용 위협에 굴복하여 북한 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수를 활성화해 환율의 영향을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처럼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환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을 성장 동력화 하고 노동 안정성 제고와 여성노동인력 확충을 통해 노동기반을 더 강화하여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가야 한다.

투자 활성화 유도 역시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하며 주춤거리고 있다간 기업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에 우격다짐이 아닌 투자를 통한 성장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먼저 투자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우선으로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창업을 장려하여 생동감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 사족: 우스갯소리로 ‘미국의 가장 큰 산업은 금융산업도 무기판매업도 아닌 달러 인쇄업’이라는 농담에도 미국은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1달러정도의 원가로 100달러 화폐를 인쇄해 교역상대국들에 100달러어치 물건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니 100배의 이익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세계 경제 주도국의 절대 빼앗길 수 없는 혜택이다

임정석 경성대 교수, 상생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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