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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제4기한국' 백태일 대표 "대형 플라즈마세정장치 세계 첫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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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기술 연구로 27년 롱런했죠"


파이낸셜뉴스

"쉬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오래 가지 못한다. 세계에서 기술력으로 인정 받아야 롱런할 수 있다."

28일 경기 시흥 시화산업단지내 '제4기한국' 본사에서 만난 백태일 대표(사진)는 27년의 역사를 지닌 회사의 성공 비결로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꼽았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뜻하는 제4기한국의 사명처럼, 완전히 새로운 제4기한국을 만들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백 대표의 신념이다.

제4기한국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특수 세정.코팅 전문 기업이다. 반도체.PCB용 플라즈마 세정, 발광다이오드(LED)와 디스플레이용 플라즈마 장비를 공급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플라즈마'를 이용한 기술이 생소했던 1990년대 초부터 기술 개발에 나섰다. 현재는 특수 건식 플라즈마 처리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강소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1990년대에 건설장비인 '다운 홀 드릴'을 국내 최초로 개발, 실적 개선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백 대표는 이 기술을 다른 기업에서도 쉽게 개발할 수 있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플라즈마 기술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결국 제4기한국은 대형 플라즈마 세정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일본의 스미토모, 소니, 중국의 폭스콘 등의 글로벌 기업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제4기한국의 기술력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 받는다. 장치 판매는 외국기업에서 더 비싸게 팔린다. 전체 매출에서도 수출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끊임 없이 기술 개발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백 대표는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곳은 대량 양산용 장비가 아닌 연구개발용 장비를 만든다. 파일럿(시험) 양산 단계이거나 기존 장비.공정에서 새로운 기술 사양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제4기한국을 찾는다. 연구개발 장비를 공급해 안정되면 양산용 장비까지 납품한다.

백 대표는 "대량 생산용 장비를 만들고자 했다면 자본력과 계열사 체계를 갖춘 대기업에 밀려 살아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대기업에서는 생산성이 부족하다고 여긴 첨단장비에 집중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LG그룹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글로벌 기업 잉가솔랜드에 재입사한다. 글로벌기업에서 7년 정도를 다니던 백 대표는 1991년 귀국해 제4기한국을 창업했다. 백 대표는 "해외에서 일하며 안목도 기르고 자신감도 얻었다"며 "당시 첨단자본재는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는데, 플라즈마를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좋고 사업 경쟁력도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전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하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백 대표는 "우리 회사 출신 중에서도 50명 가까이가 창업을 하겠다고 조언을 구했는데, 그때마다 '준비됐냐'고 물었다"며 "창업동기가 다양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검토 등의 '준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자신감 안고 시작했지만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수년간 엄청 고생했다"며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창업하는 이들도 5년을 넘기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 고용'에 대해 묻자, 백 대표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제4기한국은 핵심가치에 '임직원들의 능력배양', 경영목표에 '인재 발굴과 교육'을 첫번째에 두고 있다.

백 대표는 "결국 기술 개발은 사람이 한다"며 "특히 플라즈마 기술에 적응하고 배우려면 최소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사람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 라인에 있는 인원들을 교육해 설계와 기획으로 올리는 걸 선호한다"며 "사내 식당의 조리사나 청소부도 모두 정직원"이라고 역설했다.

백 대표에게 꿈을 묻자, "'제4기한국'이라는 브랜드와 '플라즈마 기술'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후계자'를 찾는 것"이라고 답했다. 27년 동안 한 우물을 판 기술자로서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는 "상장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핵심기술을 빼앗기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우리 기술을 개발한다'는 사명감과 의지가 있는 젊은 기업가를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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