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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fn스트리트]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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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인류 역사에 등장한 것은 아주 오래됐다. 중국에서는 9000년 전에도 사람들이 술을 담가 먹은 흔적이 발견된다. 우리 조상들도 예부터 술을 매우 즐기는 민족이었다. 특히 음주예절을 중시했다. 항상 심신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고, 어른께 공경의 예를 갖추며, 남에게 실례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를 주도(酒道)로 지켜왔다.

이런 전통이 근래 들어 허물어지고 있어 아쉽다. 술을 마시고 행패 부리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대개 다음 날 기억을 못하거나 기억을 하더라도 "술 한 잔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라며 얼버무리며 넘어가곤 한다. 주도는 사라지고 음주적폐만 무성해지고 있다. 음주적폐 가운데 최악은 음주운전이다. 술을 마시면 반사작용이 늦어지고,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져 교통사고를 낼 위험성이 커진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환자는 일반 교통사고 환자보다 사망률이 7.7배나 높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잠재적 살인에 비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고가 날 경우 피해가 본인에 그치지 않고 동승자와 상대방 차량 탑승자, 행인 등에게까지 미친다는 점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62년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고쳐 음주운전 단속을 시작했다. 그러나 음주운전이 사회문제로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마이카 시대 이후다. 퇴근 이후 야간에 주요 길목에 차단기를 설치하고 음주측정기를 사용, 일제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주운전이 범법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희박했다. 그래서 2001년에는 음주운전으로 3번 이상 적발되면 2년간 운전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삼진아웃제'가 실시되기도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송 후보자는 음주운전 사실 자체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필요한 준법의식이나 타인의 생명.재산에 대한 존중의 잣대가 된다.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에 너무 관대한 것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이다. 주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술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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