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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우린 어떡하라고” 신고리 5,6호기 근로자들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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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 800여명 일자리 잃을까 초조감

조선업계 퇴직자들 재취업도 가물가물

뉴스1

27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현장. 현재 공정율은 28%. 정부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이날 발표했다.2017.6.27/뉴스1 © News1 이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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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이상문 기자 =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키로 발표하자 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일손을 놓은 채 초조해 하고 있다.

28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아직 정부에서 공식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 공사는 중단이 되지 않았지만 공사 관계자는 “투입된 근로자들은 일제히 일손이 잡히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공사현장에는 매일 750~900명 정도의 인력이 투입된다. 이들은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며 그나마 일용직 근로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사가 중단되면 이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한 토목회사의 일용직 근로자 박창근씨(47)는 “최근 한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다가 원전 공사현장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며 “공사가 중단된다면 다시 실업상태로 돌아가 막막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현재는 3개월의 한시적인 공사중단이라고 하지만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이 중단으로 난다면 애써 얻은 일자리를 또 놓치게 된다”며 “함께 일하는 근로자들이 거의 같은 형편이어서 현 정부 출범 후 공사 중단설이 나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이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이행하고 있다. 여기에 원도급사 95개, 하도급사 512개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약 29%에 이르지만 공사가 중단돼도 원청대기업과 도급업체들은 발주처에 손실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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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현재 29%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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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공정은 토목과 건축 위주의 공사였고 공정률이 올라가는 단계여서 근로자들을 더 수소문해서 확보한 상태”라며 “만약 공사가 중단된다면 대기하고 있던 인력들은 출근도 하지 못하고 발이 묶이게 된다”고 밝혔다.

또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기술자들이 신고리 5·6호기의 기계, 배관 설치 공정이 시작되면 대거 재취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도 지역의 문제로 떠올랐다.

신고리 5·6호기는 총공사비 8조6254억원이 투입되며 2021년에 5호기를, 이듬해인 2022년에 6호기를 준공할 목표를 가진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다. 7년이 걸리는 이 공사의 건설현장에 연인원 약 400만명이 투입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울산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수원은 7년의 건설기간에 울산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약 9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었다. 이 같은 근거로는 특별지원금 약 1600억원, 생활기반 및 소득증대지원 약 1500억원, 지본지원사업 및 사업자지원사업 매년 100억원씩, 국도이설 등 인프라 확충 약 800억원, 지역주민 고용 및 지역업체 참여 약 4000억원과 준공시 취득세 약 50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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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협의회 주민들이 1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17.6.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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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건설 공정에서 발생하는 전문공사의 하도급을 울산지역 건설업체가 우선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밖에 토목과 건축관련 잡자재와 향후 공정에 들어가는 소모품도 지역 업체로부터 우선 구매하겠다고 사업계획에 명시하고 있다.

새울원자력본부 관계자는 “건설초기에는 주로 토목공사가 이뤄지며 이 기간에는 토사 운반을 위한 굴착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투입되고 본격적으로 구조물공사가 시작되면 건설인력이 하루 평균 1500여명, 최대 5000여명까지 투입될 예정”이라며 “공사에 투입되는 장비나 소요인력 대부분은 지역 업체와 주민을 우선적으로 투입할 계획이고 공사 인력의 의식주 비용 역시 건설현장 인근지역에서 소모돼 울산지역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섭 서생면 신리 이주대책위원회 간사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바라보며 전재산을 털어 식당이나 자재업을 준비한 주민들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주민들은 정부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공사 재개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고 공론화 기간 동안 공사 일시중단이 단행되면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은 일제히 적막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iou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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