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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국민 실천 필요한 '빈 병 보증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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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선일보

심무경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


매주 하루 이상은 가정마다 폐지, 캔, 플라스틱, 비닐, 유리병 등을 용도별로 분리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쳐 왔던 게 있다. 사용이 끝난 유리병이다.

유리병에 대한 보증금제도는 1985년 시작됐다. 소주·맥주병 등에 보증금을 붙여 판매하고 소비자가 빈 병을 가게로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준다. 빈 병은 다시 재사용되면서 자원 절약과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지난 22년 동안 보증금이 40~50원에 멈춰있는 동안 빈 병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상당량이 반환되지 않고 분리 배출되어 버려졌다. 그러자 분리 배출된 빈 병이 가게로 직접 반환된 빈 병과 달리 복잡한 유통 과정으로 인해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난 2016년 1월 21일 제도를 개선했다.

올해 1월부터 생산되는 제품부터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보증금을 인상했다. 빈 병을 더 편리하게 반환할 수 있도록 무인 회수기를 시범설치 운영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점포에서 맡는 취급수수료도 제대로 지급되도록 했고 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제조사부터 소비자와 도·소매점까지 실시간 지급 관리가 가능한 '지급관리시스템'을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구축하여 운영 중에 있다.

제도 개선 이전 24%에 머물던 소비자 직접 반환율이 최근 44.6%로 상승했다. 소비자 돈을 소비자가 찾아갈 수 있도록 하면서 환경과 경제적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또 보증금 포함 제품 전체 회수율도 지난해 95.3%에서 올해 6월 현재 97%로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소주병과 맥주병을 새로 만든다면 5000억원이 소요되지만 이를 재사용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환경적으로도 소나무 3300만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규모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20만t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빈 병을 다시 사용하는 횟수가 독일은 40회, 캐나다 15~20회, 일본 28회에 비해 우리는 8회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지만 지금부터라도 빈 병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반환하는 작은 관심과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심무경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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