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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생계와 민원사이… 지자체 노점상 단속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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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60대 노점상 죽음으로 촉발 / 용역업체 단속 중 뇌출혈로 사망 / “무리한 단속 때문에 죽음” 주장 / 구청 “폭력없어… 책임 인정 못해” / 민원 제기 땐 단속해야 하는 현실 / 노점상 “대화없이 단속만” 지적

얼마 전 서울 강북구에서 한 노점상이 노점 단속 과정에서 쓰러져 숨진 사건을 두고 강북구와 유족 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생계형 노점을 단속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일보

지난 26일 서울 강북구청 앞에서 노점상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제공


◆‘단속 탓’ VS ‘단속과는 관계 없다’… 사망 둘러싼 논란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2시쯤 강북구 삼양사거리에서 갈치 노점상 박모(61·여)씨가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당시 그는 강북구가 고용한 민간용역업체 직원들의 단속을 받고 노점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고, 25일 사망했다. 사인은 쇼크로 인한 뇌출혈로 알려졌다. 노점상들은 강북구의 무리한 단속 때문에 박씨가 사망했다며 구청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용역직원이 얼음통을 발로 차는 등 위협했고, 박씨가 쓰러진 뒤 대처도 미흡했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강북구는 단속 과정에서 폭력 등이 없었고, 단속과 사망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의적인 책임은 느끼지만 법적인 잘못은 없다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사고 당일은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질 만큼 더운 날씨였다. 날씨 등이 건강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이 그 자리에서 여러 차례 단속을 당했기 때문에 용역직원과 자주 봤던 사이였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119신고도 용역직원들이 했고,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쓰러진 박씨의 팔을 주무르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노점상들은 지난 25일부터 강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27일에는 구청 앞에 박씨의 분향소도 차려진 가운데 다음 주중에는 대규모 집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강북구는 “법적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 같은 갈등상황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점 단속 딜레마

이번 사건으로 구청의 노점 단속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점 단속은 구청에도 쉽지 않은 문제다. 지역 주민이나 자영업자가 보행에 방해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민원을 넣으면, 구에서 반드시 조치해야 한다. 강북구 관계자는 “서울시 다산콜센터(120)로 민원이 접수되면 3시간 안에 조치해서 시에 보고를 올려야 한다”며 “사고 당일도 120으로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노점상의 어려움을 안다. 노점을 편다고 무조건 달려가서 단속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민원이 들어올 경우 법과 현실 사이에서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은 구가 노점상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단속으로만 일관한다고 지적한다. 생계형 노점상은 단속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데도 구는 노점상을 대화 상대가 아닌 단속 대상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전국노점상총연합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한다고 노점상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자체도 잘 알고 있다”며 “지자체가 할 일은 강압적 단속이 아니라 노점상이 지역 주민 등과 갈등을 빚지 않고 장사할 수 있도록 중재하고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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