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대선 투표일 나흘 전에 공명선거추진단에서 문제의 녹음파일과 메신저 캡처 화면을 토대로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는 관련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지도 않았고 몰랐다고 말했는데 정당의 내부 체계가 이렇게 허술했다는 것을 밖에서 납득할 수 있겠는가. 조작의 당사자인 여성 당원 이유미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시킨 대로 한 죄밖에 없다거나 기획해 놓고 꼬리 자르기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당시 당 지도부 어느 선까지 개입됐는지를 빨리 규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당원 이씨의 윗선으로 거론되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안 전 대표가 영입했던 만큼 직접 나서 상세하게 설명을 하는 게 맞는다.
5·9 대선에서는 경계령과 주의보가 숱하게 발동될 정도로 사실인 듯 포장한 거짓과 가짜뉴스가 판쳤는데 유력한 대선 후보를 낸 공당에서 자료까지 조작해 상대를 공격했던 것이니 파문의 끝이 어디까지 갈지 헤아려지지 않는다. 민주화를 이뤄내기 이전 장기 집권을 획책한 독재정권에서나 써먹던 정치공작을 동원한 것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뿐 아니라 헌정질서를 흔든 나쁜 범죄행위다. 대의민주주의의 창구인 정당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자충수다. 국민의당은 선제적으로 털어놓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듯하지만 이미 한 자릿수로 추락한 당 지지율에 더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 내 혁신위원회가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 점이라도 감추지 않고 거짓 없이 실체를 낱낱이 공개하지 않으면 정당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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