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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법학자 박상기는…"성매매특별법 위헌 소지·사형제 폐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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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국보법 폐지·종교적 병역 거부자 위한 대체복무 주장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에 "다른 생각 주눅들게 하는 위협" 소신 밝혀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박상기(65)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교수 시절 진보·보수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라지는 법 관련 이슈에서 대부분 일관되게 진보적 목소리를 내 온 형법 전공 학자로 통한다.

27일 박 후보자가 그간 언론 칼럼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피력한 주장을 종합하면, 그는 사형제도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옳으며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 법무행정을 책임지는 장관 자리에 오른다면, 이와 같은 소신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지 관심을 끈다.

박 후보자는 우선 2005년 2월 한 일간지 칼럼에서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것을 두고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인권 의식이 성숙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찬반이 첨예한 만큼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예측하며 현실적으로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에 앞서 접점을 찾자는 제안도 했다.

이를 위한 잠정적 방안으로 사형을 존치하되 오판 방지를 위한 재심을 쉬운 조건으로 허용하고, 사형을 대체할 무기금고형(종신형)의 경우에도 15년 정도 복무하면 출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한선을 철폐한 '절대적 무기형 제도'의 도입을 제시했다.

박 후보자는 2004년 9월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며 "그리고 이 법의 존재 형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합리적 사고"라고 적었다.

그는 "사상의 자유도 국가안보를 위해 제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국가보안법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깊은 상처"라고 지적하며 "국가안보가 특별법 조문 몇 개로 튼튼하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롭게 사고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을 가진 사회를 이룩하려면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 등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와 관련해서도 박 후보자는 2004년 7월 칼럼에서 "한 인간이 형벌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종교적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데 대해 국가가 무조건 집총 의무를 강제하기보다는 다른 내용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인간 중심의 국가 모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독일처럼 명확한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대체 수단도 병역의무에 준하거나 더 무거운 내용의 복무를 하도록 하면 공평한 병역의무라는 헌법상 법익도 충족할 수 있다"며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박 후보자는 또 하나의 논쟁적 주제인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서는 '위헌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2013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매매방지특별법과 관련해 "개인의 자유결정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2015년 주간지 시사인에 기고한 글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 헌법적 가치조차 제한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일부 개인 당원의 행위를 일반화해 불법 정당으로 판단한 후 해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공중분해시켜 버리는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위협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 박 후보자는 2012년 대선과 관련해서도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이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며 "정보기관과 군의 국기 문란 행위에 해당하는데 국정원의 대선 개입 관련 재판에서 '정치 개입은 인정되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는 역사에 남을 판결이 나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고(故) 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 기고한 칼럼에서는 "인권문제처럼 보편적이고 중요한 사안까지 미국 눈치를 살피는 한 우리나라는 국제관계에서 종속변수에 불과하다"며 "전쟁에서 우리를 도운 미국에 대해 고마움의 감정을 갖는 것과 미국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구성에 대해선 "법조의 울타리 안에서만 구성원을 임명하는 데에서 벗어나 폭넓은 인사를 수혈해 사회적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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