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 적용하는건 부당"…한전 상대 소송서 소비자 첫 승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위 쉼터, 그늘막 등 지자체들이 앞다퉈 폭염에 대비한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전국 곳곳에 내린 소나기로 더위는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올여름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하지만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걱정에 에어컨을 켜기 주저하는 가정집이 많다.

중앙일보

무더위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이 한국전력의 누진제에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27일, 처음으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서울과 광주, 부산 등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와 비슷한 소송이 진행됐으나 당시 재판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인천지방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홍기찬)는 이날, 전력 소비자 869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국적으로 한전을 상대로 진행중인 유사 소송은 12건에 이르는 가운데, 원고 측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일보

정부가 내놓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유력 방안.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소송 참가자들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 요금이 적용돼 차별을 받고 있다"며 "과도한 누진율에 따라 징벌적으로 폭증하는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전 측은 "사용량 350킬로와트시(kWh)에 해당하는 4단계 누진율을 적용받는 경우 비로소 총괄원가 수준의 요금을 납부하게 된다"며 "(원가 이하인) 3단계 이하 누진구간에 속하는 사용자 비율이 70%"라는 입장을 내놨다. 누진제에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가정용·산업용 전기 사용량·요금 비교해보니. [자료제공=조배숙 의원실, 한국전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일반·교육·산업용 전력에는 누진제를 도입하지 않음으로써 주택용 전력 사용만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도입해 전기 사용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한전 측에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청했으나 한전 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기의 분배를 위한 요금체계가 특정 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해 형평을 잃거나 다른 집단과 상이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소송 참가자 1인당 최소 4500원에서 최대 450만원의 전기요금을 돌려받게 된다.

중앙일보

전국에서 진행중인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 12건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대표 변호사. 곽 변호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유명하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국의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 12건을 모두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다. 곽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지금까지 패소한 판결은 모두 민사단독 재판부가 담당했다"며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민사합의부가 오늘 처음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한전이 그동안 불공정한 약관을 통해 부당하게 징수한 요금을 반환하라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 누진제와 관련, 이와 유사한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는 1만명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이 현재 진행중인 다른 지역에서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박상욱 기자 lepremier@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