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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점포 필요없다"…편의점 들어가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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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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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은행권이 편의점을 '금융 서비스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선 영업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편의점을 사실상 '금융 창구'로 활용하고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시중은행도 편의점을 통해 체크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인터넷뱅킹 가입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바쁜 업무시간에 일부러 방문해야 하는 은행 점포보다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면서도 영업지점 운영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은행 업무와 편의점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출범을 앞둔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27일 롯데그룹과 유통·금융 부문 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카카오뱅크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롯데 계열사 유통매장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5000여 대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입출금, 이체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편의점 업계 1위인 CU와도 ATM·현금지급기(CD기) 이용에 대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편의점을 최전방에 내세워 기존 시중은행과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 4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역시 편의점 GS25의 전국 점포를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케이뱅크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이 GS25의 ATM(CD기)에서 입출금이나 이체를 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올 하반기엔 ATM에 정맥 인증 기술을 도입해 금융상품 가입이나 계좌 개설, 체크카드 즉시 발급까지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편의점과 손잡는 것은 별도의 지점이나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편의점을 고객 영업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전국에 수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편의점과 제휴하면 지점 운영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 인지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CU는 전국에 1만1605개, GS25는 1만1587개 점포를 운영 중인데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농협은행(1162곳)의 약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점포가 없기 때문에 입출금 등 오프라인 서비스를 위한 창구가 꼭 필요하다"며 "동네마다 주요 요소에 깔려 있는 편의점은 금융 허브로 활용 가능한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기존 시중은행도 편의점과의 업무 제휴를 계속 늘리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CU와 전략적 MOU를 체결하고 은행 창구 업무의 90%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디지털 키오스크란 핀테크를 활용한 무인 셀프 점포다. 정맥 인증을 활용해 보안카드 등 별도의 보안 매체 없이도 출금·이체 등 100여 가지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일선 영업점에서만 가능했던 체크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신규 인터넷뱅킹 가입 등 실명 확인이 필요한 거래도 할 수 있다.

우리은행도 신세계 계열 편의점인 위드미와 제휴해 기존보다 낮은 수수료로 현금을 찾을 수 있는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시백 서비스를 이용하면 우리은행 체크카드로 1일 1회 최대 10만원까지 인출할 수 있다. 수수료는 은행 영업시간 구분 없이 편의점 이용시간 동안 900원이 부과된다.

은행권과 편의점이 손잡는 현상은 한국보다 편의점 문화가 빨리 발달한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 세븐은행은 세븐일레븐 점포에 ATM 서비스를 구축했는데 입출금·카드론 등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뿐 아니라 정기예금 가입, 웨스턴유니언 해외 송금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은행들이 갈수록 지점을 줄이려는 추세이기 때문에 편의점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며 "모든 은행 업무를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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