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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재용 재판] "국민연금, 전례 없는 토론 끝에 삼성 합병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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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3차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오세성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 투자위원회에서 3시간에 달하는 격론 끝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고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이 증언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3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윤표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은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대한 찬반 결정을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겼던 이유부터 삼성물산 합병을 투자위원회가 찬성한 과정까지를 설명했다.

특검은 이 전 실장이 SK의 합병안을 전문위에 부의했던 이유로 '향후 재벌기업 지배구조 변화 시 겪어야 할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에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려면 전문위에 부의해야 한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대주주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문제가 됐지만 지주사 전환 과정은 상당히 이뤄졌다는 판단이었다"며 "외부 기관들도 합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사회적인 논란과 논쟁거리가 있으니 그냥 전문위에 돌리자는 것이 실무진 의견이었다"고 털어놨다.

변호인단은 투자위가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회의 전에 50매 가까이 되는 관련 자료를 프린트해 위원들에게 배포하고 회의 당일 이메일로도 보냈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전 실장은 "사안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사전에 배포했는데 위원들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회의에 들어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분석보고서를 사전에 제공한 덕에 투자위원회는 합병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치열하게 토론했다. 이 전 실장은 "회의가 3시간 진행됐는데 정회 시간 등을 제외하고 위원들이 발언한 시간만 따져도 2시간은 될 것"이라며 "단일 안건으로 이정도 회의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회의를 편파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합병 비율 외에도 합병 시너지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분석까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 전 실장은 "채준규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이 '국민연금이 산정한 적정 합병비율과 합병안의 비율에 차이가 있지만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지분도 가지고 있으니 합병 시너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며 "일반론적인 이야기라 투자위원들이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했고 채 전 팀장도 성실히 답변했다"고 회상했다.

보건복지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특검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제시됐다. 특검은 합병에 앞선 2015년 7월 6일 이 전 실장이 조남권 전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뒤 "당신네들, 합병에 반대하겠다는 거야?"라는 질책성 발언을 들은 것을 보건복지부가 압력을 행사한 근거로 들어왔다.

이 전 실장은 "조 전 국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책임감 있게 판단하고 찬성이나 반대에 근거를 내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결국, 합병에 찬성하라는 것이 아니라 빨리 결정을 내리라는 취지인 셈이다.

다만 전문위 부의가 아닌 투자위 부의를 당부한 것은 사실로 나타났다. 전문위가 SK 안건을 다루는 모습에 복지부 관계자들이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전문위의 태도에 대해 이 전 실장은 "SK 안건을 다루며 가이던스를 만들어주기 바랬지만 질의응답이나 토론 없이 그냥 반대 결정이 나왔다"며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전문위 과정을 지켜봤는데 '전문위가 이런 식으로 열리냐'며 불편해했다"고 설명했다.

전문위의 무성의한 결정에 실망한 보건복지부 담당자들이 투자위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길 바라게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조 전 국장이 "투자위에서 책임감 있게 판단하고 찬반 결정이 어려우면 그 때 타당한 근거를 들어 전문위에 부의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이날 변호인단은 "청와대나 보건복지부가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은 이번 재판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판단"이라며 "투자위원회에서 다루는 것이 규정에 맞았고 심도 있는 토론 끝에 국민연금이 찬성 판단을 내린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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