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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핀테크 활성화 위한 '네거티브 규제'에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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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투자자 보호 없는 핀테크는 허상]

머니투데이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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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법·제도를 정비하고 신산업 분야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

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네거티브 규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규제 대상 발굴 및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규제란 꼭 필요한 규정을 금지규정으로 두고 나머지는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법령 등에 규정된 것만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와 달리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핀테크 같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방식이 오히려 규제의 공백을 가져와 금융소비자 피해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대선 당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는 예상치 못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시스템 리스크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융산업 부문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해 조심스런 견해를 드러냈다.

또한 8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핀테크 산업혁명 시사점 및 정책토론회'에서 김학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P2P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제대로 된 개인 신용평가 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핀테크 산업에서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 도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는 테스트베드를 통해 분산투자, 해킹방지 등 투자자문·일임 수행의 적격성을 심사하고 있으며, 올 2월 ‘P2P금융’에 대해 업체의 창의·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자칫 잘못해서는 방종과 편법으로 얼룩질 수 있다. 또한 금지 규정 외에는 금융 감독의 공백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 기존 체계에 익숙한 관계 당국에서도 굳이 규정이 없으면 수고를 무릅쓰고 신사업을 허용하거나 제재할 이유가 없다.

최근 22일 금융감독원은 ‘가상통화 투자시 유의사항’을 발표해 “가상통화 시장이 완전하지 않으며 시세조작 방지 등을 위한 규율이 적용되지 않아 국내 시장 이용자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투자를 개인간 거래로 치부하면서 투자자가 스스로 손실 발생을 조심해야 한다고 할 뿐, 정작 금융당국의 규제 여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비트코인’ 같이 유사업종이 없는 신산업의 경우 금융당국은 규제안이 없다는 이유로 민원을 넣어도 거래실태 조사조차 안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거래소 서버는 수시로 다운되고 세력들이 시세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거래소 해킹과 가상통화 입·출금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랜섬웨어 범죄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외환유출·탈세의 편법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도 금융당국의 태도는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옥시 사태같이 피해자가 양산돼 줄소송이 나온 뒤에야 문제 파악에 나선다고 할 모양이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신산업을 제도권내로 끌어올리고 규제를 간소화하면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자율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규율의 질을 높여야 가능한 얘기다.

따라서 금융상품개발·진입장벽·운영절차 등에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투명성·안전성에 대한 감독 기능은 오히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나 감독 규정조차 없는 핀테크 활성화는 허상에 불과하다. 네거티브 규제를 신산업 활성화의 ‘전가의 보도’로 생각해서는 금융사고 발생으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엄격한 규제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규제의 공백이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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