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유니콘으로 성장한 우버, 몰락의 길로 들어선 까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트래비스 코델 칼라닉 전 우버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144]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지난 2월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가 직장 내 성추행을 폭로하고,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웨이모로부터 기술 절도 혐의로 피소를 당하는 등 잇단 악재가 계속되자 투자자들이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 것이다.

우버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 중 하나였다. 유니콘이란 본래 머리에 뿔이 한 개 난 상상 속 동물을 일컫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말한다. 스타트업은 많지만 크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어 마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 같다는 의미다.

모든 스타트업들이 되고 싶어하는 유니콘이 되기만 해도 성공가도를 달릴 것 같지만 최근 우버의 몰락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뛰어난 장래성에도 불구하고 유니콘이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 주크와 제임스 앨런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성장 중인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해 '창업자 정신(The Founder's Mentality)'이라는 책을 내고 최근 이를 바탕으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했다. 이들은 우버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게 되는 주요 원인은 경쟁자들의 움직임이나 시장 상황 등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창업자의 자질과 기업 문화 등 내부적인 요인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경영진은 성장을 방해하는 주요 장벽 중 85%가 내부적인 요인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크와 앨런은 연구를 바탕으로 네 가지의 구체적인 내부 위험 요소를 제시했다. 먼저 '성장에 방해가 되는 창업자'가 첫 번째 내부 위험 요소로 지적됐다. 이들에 따르면 창업자들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강력한 리더십으로 기업을 이륙시키는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성장을 지속시키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보통 창업자들은 속도에 집중하고 산업의 규칙과 관행을 깨는 것을 즐기는 반면 절차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주크와 앨런은 이러한 창업자들의 노력이 기업의 생산과 성장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겪게 되는 혼란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 연구에 참여한 경영진 중 37%가 성장에 방해가 되는 창업자를 기업의 성공을 방해하는 주요 장벽으로 꼽았다.

캘러닉 전 CEO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CEO가 된 지 4년 만에 우버를 전 세계 100개 이상 도시로 진출시키고 우버의 기업 가치를 700억달러 가까이로 늘리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술 절도 의혹에 휘말린 것이나 공인받지 않은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경찰관을 피하기 위해 '그레이볼'이란 불법 프로그램을 운영한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다음 내부 위험 요소로는 기업이 성장해감에 따라 책임감이 감소하고 기업의 규칙이 불분명해지는 현상이 지목됐다. 주크와 앨런은 이러한 현상이 기업에 독이 되는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에 참여한 경영진 중 22%가 이를 주요 위험 요소로 꼽았다.

우버의 악재 역시 사실상 바람직하지 못한 사내 문화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상사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직 엔지니어는 성추행 사실을 기업의 인사 부서에 알렸지만 오히려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근무하는 부서의 여직원 비율이 1년 새 25%에서 3%로 감소하고 여자 직원을 제외하고 남자 직원에게만 가죽재킷을 지급하는 등 성차별적인 문화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밖에 능력제일주의 등 파괴적인 기업 문화가 논란이 됐다.

주크와 앨런은 이외에도 기업의 수익이 인재 역량보다 더 빨리 성장해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과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을 내부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 특히 내부적인 문제에 사로잡힌 나머지 고객 피드백과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피드백과 목소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크와 앨런은 이러한 내부적인 요소들은 통제하기가 힘든 외부적인 요소들과는 달리 기업이 문제를 인지하고 노력해나간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 리스트를 통해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체크해볼 것을 제안했다. △창업자는 성장의 기회와 도전을 다룰 수 있는 속도로 팀을 성장시키고 있나? △우리는 성장 계획에 맞는 인재 계획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틈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고객과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가 예전만큼 강하게 들리고 있는가? △우리의 성장 미션이 초기만큼 동기를 부여하고 강한가? 희미해지진 않았는가? △직원들은 여전히 주인의식을 가지고 즉각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

[박종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