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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법원 내홍 사태, 오늘 분수령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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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윤리위 3차례 논의에도 책임자 문책 등 합의 못내

오늘 다시 회의, 최종 결론낼듯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2월 이모(39) 판사의 사표 파문 후 불거진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을 둘러싼 책임자 문책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윤리위는 27일 다시 회의를 소집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3월 법원행정처 간부가 법관 연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던 '대법원장 인사권' 관련 세미나를 축소하라고 압력을 넣었고, 이를 거부한 이 판사가 인사 보복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조사를 맡겼다. 진상조사위원장은 이인복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석좌교수)이 담당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4월 18일 "(행정처 간부인)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세미나 축소 지시를 내렸지만, 이 판사는 거부했고 '인사 보복'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 판사는 조사를 받을 당시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말을 듣지 않는) 판사들을 뒷조사한 파일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조사 결과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공직자윤리위는 26일까지 3차례 회의를 열었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리위는 이 전 상임위원 외에 다른 문책 대상자가 있는지,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타당한지 등에 대해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안팎에선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최근 불거진 법원 내홍(內訌) 사태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급 법원 판사 100명은 지난 19일 사법연수원에서 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관련자 문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할 권한도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리위가 이 전 상임위원은 물론 더 윗선 간부들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거나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미진했다는 입장을 발표할 경우 법관대표회의의 요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윤리위가 진상조사위와 비슷한 입장을 나타낸다면 논란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임태혁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일부 판사가 양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법관에게 어느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므로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임 부장판사는 '무엇보다도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퇴진을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은 익명성 뒤에 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판사들이 익명 게시판에서 양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 차성안 군산지원 판사는 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위원장과 위원은) 다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있고, 그래서 (윤리위가)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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