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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사설] 내신 1등급 창의력 7등급 인재론 4차 산업혁명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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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카이스트, 충남교육청 등이 고교생을 대상으로 융합·창의력을 진단하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를 치르게 한 결과 학생들의 내신성적과 IB성적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기를 잘해 내신 1등급을 맞은 학생 중 상당수가 융합·창의력 면에서는 7등급에 포함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내신은 바닥권이지만 IB시험에서는 상위권에 도약한 학생도 다수였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전달식 교육 탓에 실험 대상 학생들의 IB성적은 전반적으로 매우 낮았다. 그동안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됐는데 이번 실험은 우리 교육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우리의 교육평가시스템대로라면 아무리 창의력이 뛰어나도 암기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단순 반복되는 일,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일은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도맡게 된다. AI와 동거해야 할 미래에는 암기와 이해력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연결하는 융합·창의력이 경쟁력 있는 덕목이 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낡은 수업 방식을 유지하고 4지선다형 문제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인재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니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이번 실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각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분야의 개혁보다도 교육혁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한 지식 전달 체계에 머물러 있는 현행 교육의 틀을 허물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인재 싸움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초·중·고 교육 내용과 평가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일본만 해도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IB 과정을 병행 도입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국가의 존립이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는 외고·자사고 폐지 등 수월성 교육을 폐지하고 교육 평준화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가장 비중을 둬야 할 부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시스템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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