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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서민 조세저항 우려에 경유값 인상 철회…환경부는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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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유값 인상, 왜 백지화했나

기재부 “미세먼지 저감 효과 낮고

경제성장률 악영향 커” 없던 일로

인상요구한 환경부는 백지화 반발

“경유차 미세먼지 유해 이미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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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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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6일 경유값 인상 계획을 백지화한 논리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반면, 국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실상 증세에 대한 반발 여론에 갑작스레 기존에 추진해오던 방안을 서둘러 철회한 모양새다. 그러나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공청회에서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기도 전에 기재부가 결론을 단정짓고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재부가 가장 우려한 부분은 조세 저항이 예상된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유류세 체계상 국내 경유와 휘발유 세금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중 상위권에 속한다. 경유값 인상에 정책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도 인상 백지화 논리로 제시했다. 정부는 현재 경유 차량 가운데서도 1차 미세먼지의 70% 정도를 배출하는 화물차에 대해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경유값을 올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 분석 결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낮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유값 인상 대신 노후차량 교체 지원, 미세먼지 저감기술 지원 등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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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유값 인상 여부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기재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가 함께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책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따라 국책연구기관 4곳이 합동 연구용역에 나선 바 있고, 다음달 4일 공청회를 열어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뒤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기재부가 갑작스레 ‘경유값 인상 백지화’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경유값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이 나오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여러 언론보도가 나와 혼란이 발생했기 때문에 급히 연구용역 결과를 확인한 결과,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도 경유세 인상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밝혀서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국책연구기관들의 합동 연구용역 결과에는 경유값을 휘발유값의 90~125% 수준으로 올리는 가격 인상 시나리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줄여야 할 것이 경유차 배출 미세먼지라서 전세계가 경유차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관련 부처가 함께 논의해서 방안을 만들어가기로 한 상태인데, 갑자기 기재부가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버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경유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적 비용을 계산하면 경유값이 더 비싸야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경유값과 휘발유값을 동등한 수준에 맞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합동연구에 참여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광규 명예연구위원은 “경유가격으로 신호를 주는 것이 정책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최영록 세제실장은 이날 7월에 제출할 세제개편안의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을 당장 낮추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주 등 서민술에 붙는 세금도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세 체계 가운데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꾸는 개편 역시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대신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는 강화할 방침이다. 최 실장은 상속·증여세 개편 방안을 묻자, “당장 세율을 건드리는 대신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에 대한 과세 강화와 신고세액공제의 적정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세액공제는 납세 대상자가 상속·증여세를 자진신고하면 산출세액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를 현행 7%에서 3%로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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