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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국정농단 핵심' 차은택과 연루 의혹에 마음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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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작 뮤지컬 강자' HJ컬쳐 한승원 대표

뉴스1

한승원 HJ컬쳐 대표 © News1 DB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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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우리 회사가 ('최순실 국정 농단'의 핵심이었던) 차은택씨와 혹시라도 연관됐다는 의혹 기사가 나올까 봐 마음을 졸였습니다."

'창작 뮤지컬의 강자'로 꼽히는 제작사인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지난 25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이 열린 대구 중구 봉산동 봉산문화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토로했다. 한 대표는 창작 지원금을 받아 뮤지컬 '더 픽션'을 딤프에서 공연했다.

그는 "우리 회사가 만들어 최근 베트남 다낭시(市) 쩡부엉 극장에서 현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작품 '별의 전설'이 차씨가 2014년 총연출한 융복합 공연 '원데이'와 관련 있다는 의혹이 나와 언론의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전혀 무관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예전 '별의 전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는데, 원데이와 '견우와 직녀'라는 소재가 똑같았다. 또 제가 차은택 씨와 고교 선후배라서 합리적인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차씨가 총연출을 맡은 융복합 뮤지컬 '원데이'(One day)는 2014년 8월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센터에서 단 1회 공연됐으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관람해 화제가 됐다. 이 공연은 무대에 오르기 일주일 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금 1억7000여만원을 받는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또 '별의 전설'은 현지시간 지난 22일 베트남 다낭시(市) 쩡부엉 극장 무대에 올라 1000여 석을 채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견우와 직녀'라는 한국 전통 소재에 강렬한 비트의 대중문화 코드와 멀티미디어 영상과 강렬한 춤을 곁들인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 쇼'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대표는 "'별의 전설'은 의정부예술의전당(사장 박형식)이 2015년에 자체 제작한 작품"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초연작을 2년간 다듬어 이번 베트남 현지 공연에서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HJ컬쳐 레퍼토리 중에는 '빈센트 반 고흐'처럼 멀티미디어 영상을 많이 사용한 작품이 많은데, 의정부예술의전당 측이 멀티미디어 영상을 많이 활용한 HJ컬쳐의 경험을 믿어주셔서 제작에 참여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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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쳐쇼 '별의 전설' 베트남 공연장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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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HJ 컬쳐'에서 H는 인간(Human)을 뜻하며 'J'는 'Joyful'(조이풀, 기쁨을 주는)의 약자다. HJ컬쳐는 예술과 문화로 즐거운 일상의 삶을 만들어가는 문화컨텐츠 전문 그룹이 되겠다는 취지로 2010년에 설립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한 대표는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에 들어가 용극장에서 5년 정도 근무하고 EMK뮤지컬컴퍼니 기획 분야를 거쳐 독립했다.

한 대표는 이른바 '강남 8학군'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만 해도 강남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금수저로 살았다"며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며 일순간 '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맛봤다"고 했다.

"고3 때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버지께 딱 걸렸습니다. '어차피 대학에 가도 힘들 것 같으니 그냥 돈이나 벌까'하고 고민하던 때였죠. 아버지께서 '네 나이에 생각하기엔 이것은 작은 꿈이다. 벌써 기죽어 살지 않았으면 한다'고만 하셨습니다. 이 한마디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평소 교회 성극을 즐겁게 만들고 싶었던 적성에 맞춰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한 대표는 광고회사와 박물관 문화재단에서 일하다가 대형 뮤지컬 제작사인 EMK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몇 건의 프로젝트를 마친 뒤 '내 공연을 올려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그는 "뮤지컬 시장에는 이미 1세대 제작사들이 토양이 닦아놓은 상태"라며 "'해외 라이선스 작품과 스타 마케팅' 전략으로는 이들과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고 했다.

"차별화하다 보니 남는 것이 '창작'이었습니다. 그러나, 내수용 창작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 모두가 아는 소재를 잡아야 했습니다. 결국 '해외 소재를 가져오되 창작으로 간다'로 전략을 세우니 1세대 제작자들과 겹치는 게 없더군요. 이게 바로 저와 HJ가 추구하는 길입니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HJ컬쳐는 창작 뮤지컬만을 제작해 중소형 뮤지컬이란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년의 준비 단계에서 '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르', '파리넬리' 등 3편을 동시 개발해 라인업으로 꾸렸다. 동시에 뮤지컬 '셜록 홈즈' '쉬 러브즈 미'(She Loves Me) 등에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다.

2010년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그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고 '더뮤지컬어워즈'와 '예그린어워드' 등 뮤지컬 관련 시상식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 평생 2인자로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혀 괴로워한 '살리에르', 원하는 삶을 선택할 기회와 자유를 거세당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등 신선한 창작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많은 사람이 아는 인물을 통해 인간 보편의 감정을 건드리는 HJ컬쳐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키워왔다.

HJ컬처에도 위기가 있었다. 한 대표는 지난해 회사가 망할뻔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막연하게 잘 될 거라는 열정만 갖고서 창업하다 보니 저한테 '경영마인드'가 없었다"며 "지난해까지 재무제표도 볼 줄 몰라 한참을 헤맸다"고 시인했다.

"공연계는 한 작품이 크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에는 작품을 올릴수록 손해입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자본 안배와 공연 스케줄을 잘 짜야 했는데 지난해에만 콘서트를 포함해 작품 8편을 올렸습니다. 당연히 위기가 왔고 혼자 바쁘게 동분서주하다 보니 직원들은 부모 잃은 아이들처럼 고생만 하다 '번아웃'(소진) 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한 대표는 HJ컬쳐가 위기를 겪고 나서 더 단단해졌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직원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구성원과 꿈을 공유하는 문화콘텐츠 전문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 작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고 제작 단계를 밟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HJ컬쳐는 배우 지망생들을 발굴·트레이닝하는 W액팅스쿨, 콘텐츠 개발 및 유통, 수출 등을 위한 문화콘텐츠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연구소는 '빈센트 반 고흐' 라이선스를 일본에 수출했고 '리틀잭'의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별의 전설'의 이번 베트남 공연도 이런 맥락에서 공연된 사례이다.

한 대표는 '기획→독회→시연회→본공연→라이선스 해외 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창작 뮤지컬 제작 환경의 계열화를 위해 베트남 공연을 마치자마자 바로 대구에 왔다. 지난 23일 개막한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에서 공모한 창작지원작에 HJ컬쳐 작품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딤프 창작지원금 4000만원을 받아 총제작비 7000만원이 들어간 뮤지컬 '더 픽션'이 지난 24~25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더 픽션은 1932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인기 소설가 그레이 헌트의 신문연재 소설을 모방하는 범죄자 블랙에 관한 이야기다. 한 대표는 "소설 속 살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난무하는 진실과 거짓의 역전, 가짜뉴스 등을 통해 누리소통망(SNS) 시대의 참과 거짓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이미 있는 틀거리와 주요 넘버 등을 바탕으로 10여 차례 다듬어 무대에 올렸다"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HJ컬쳐만의 색깔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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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더 픽션' 포스터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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