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팝나무 화분은 군식 분의 사분의 일이 고사로 베어져 전체 사분의 삼만 남았다. |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말이 전해질 정도로 장수하는 식물이다. 그러나 서울역 서부교차로 쪽 서울로 초입의 주목 한 그루는 이미 죽어서 서울시가 지난 주말에 베어버리고 새 나무로 바꿔 심었다.
손기정 나무로 유명한 대왕참나무도 두 그루나 고사해 다른 나무로 교체됐다. 꼬리조팝나무, 참조팝나무, 공조팝나무, 고광나무, 애기말발도리 등 5종은 모두 화분에 군식된 나무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 정도씩 베어져 있었다.
서울로에 있는 층층나무 두 그루 중 오른쪽 나무는 잎이 거의 없었다. 새롭게 돋아난 듯 보이는 이파리도 말라가는 모습이었다. |
이뿐이 아니다. 서울로 7017에 각각 단 한 그루뿐인 생강나무와 사과나무, 우리나라 토종 식물인 히어리, 마로니에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인 칠엽수, 중풍을 고친다는 마가목, 백목련, 자목련, 매자나무, 쪽동백나무, 층층나무 등 10종 18그루가 이파리가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말라가고 있었다.
남대문시장 쪽에 심겨있는 계수나무 열 한 그루는 모두 잎이 누렇게 말랐다. 잎의 끝부분부터 타들어가는 모양새였다. 전문가는 나무가 물을 충분히 빨아들이고 있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에 방문했을 땐 물포대가 없었는데, 지난 수요일 방문했을 땐 나무마다 ‘점적관수용 물포대’가 설치돼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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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반달의 가사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11그루 모두 잎이 누렇게 말라 본모습을 잃었다. 꽃 피는 양으로 풍년과 가뭄을 점친다는 이팝나무와 북한 국화인 함박꽃나무, 개나리보다 먼저 피는 영춘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미선나무, 산수국, 돌단풍 등 6종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일주일 간 네 번에 걸쳐 서울로 식재 식물들을 꼼꼼히 관찰해보니 이런 나무의 숫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가지치기 된 영춘화. 서울로 관리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보행로를 걸으며 마르거나 상한 잎과 줄기를 일일이 잘라냈다. 영산홍은 잘려있는 가지가 삼분의 일이 넘게 보였다. |
서울로사업운영팀은 마른 가지들을 일일이 잘라내고 나무 줄기에 물주머니를 링거처럼 달아 고사를 막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만으로 수목의 고사를 잘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서울로 식재 수목 중에는 햇볕이 하루 종일 강한 서울로에 잘 맞지 않는 식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한 그루가 고사한 주목만 해도 그렇다. 주목은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음수로 분류돼 있다. 음수는 햇빛이 강한 곳에선 스트레스를 받아 잘 자라지 못할 수 있다.
서울로에서 두 달을 채 견디지 못해 잎을 다 잃고 가지만 남은 생강나무도 마찬가지다. 생강나무는 어릴 땐 반드시 그늘에서 키워야 하고 커서도 반그늘에서 재배해야 좋다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나와 있다.
이런 식물들이 서울로 7017처럼 햇볓이 하루 종일 내려쬐는 곳에서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 그늘을 좋아하는 이런 나무들에게는 서울로에서의 삶 하루 하루가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로 장미마당 쪽 장미김밥 가게 앞에 놓인 시민의견 게시판. 맨 위 가운데에 ‘서울로 7017은 식물학대인 것인가?’라는 포스트잇이 말라가는 식물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
서울시는 서울로 7017이 ‘살아있는 식물도감’이라고 밝혀왔다. 식물도감은 단순한 식물전시장이 아니다. 식물의 아름다움을 알릴뿐만 아니라 올바르게 관리해 생명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모범을 보여야 제 역할을 다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로 시민의견 게시판에 한 시민의 지적처럼 ‘서울시가 식물학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이제라도 식재 수목의 환경 적합성을 다시 따져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지혜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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