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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시위대 사살 '생중계'된 베네수엘라...무더기 구금·가혹행위에 아이들은 영양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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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위에 나선 데이비드 호세 바레닐라(22)가 방위군의 고무총에 맞아 쓰러지고 있다. 엔비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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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가 석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망자는 70명을 넘어섰다. 3200명 이상이 체포됐고 감옥 안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수감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생필품 공급이 끊어지면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은 폭증했다. 이런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 고향은 평화롭다”고 말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데이비드 호세 바레닐라(22)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시위에 나섰다가 방위군의 고무총에 맞아 숨졌다. 베네수엘라 시위로 인한 75번째 사망자다. 바레닐라는 카라카스의 라카를로타 공군 기지 울타리 너머로 돌을 던지다가 가슴에 3차례 고무총을 맞았다. 바레닐라는 쓰러졌고 다른 시위 참가자들이 그를 들어 옮겼다. 폐와 심장을 다친 바레닐라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바레닐라가 고무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은 현지 TV 생중계 방송에 고스란히 잡혔다. 지난 19일에는 17세 소년 파비안 우르비나가 카라카스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 발포로 숨진 것은 우르비나가 처음이다. 우르비나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도 시위대가 찍은 영상에 담겼다. 발포로 인한 시위 참가자의 사망이 잇따라 벌어지고 그 모습이 방송으로 퍼지면서 베네수엘라 전국에서 분노가 솟구치고 있다. 시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체포와 구금이 이어지면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언도이어지고 있다. 현지 법률구조단체 포로페날은 지난 10주 동안 보안군은 3200명 이상을 체포해 구금했고, 그중 3분의 1은 아직도 갇혀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 프로이우리스는 지난 2달간 구금된 사람 숫자가 2014년 반정부시위 당시 1년 동안 구금된 전체 숫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수감됐다가 풀려난 이들은 감옥 안에서 정기적으로 구타당하는 등 물리적·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최소 15명이 감옥 안에서 파스타 생면에 인분을 섞은 것을 먹으라고 강요받았다는 증언을 했다”면서 “먹기를 거부하면 교도관들이 코에 최루가스 분말을 집어넣어 억지로 입을 열게 한 뒤 먹였다”고 밝혔다.

경제난에 시위가 겹치면서 식량 생산과 유통 체계는 붕괴했다. 지난달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통화기금(IMF)를 인용해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720%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보건장관은 영양실조 아동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라 전체가 사실상 마비되고 고통받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정권 퇴진 시위를 가리켜 ‘제국주의적인 쿠데타’로 표현했다. 마두로는 24일

베네수엘라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가 군대를 이끌고 스페인 반혁명군과 싸워 이긴 카라보보전투 196주년을 기념하는 육군사관학교 행사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맞선 제국주의 쿠데타를 막아내고 격파했다”면서 “고향은 이미 평화롭다”고 연설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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