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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길섶에서] 오래된 것/손성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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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이 도시에서는 과거를 기억해 낼 근거가 없다. 부수고 갈아엎고 덧칠을 하기 때문이다. 30여년 전 다녔던 대학가에 갔다가 4년 동안 살았던 하숙집 두어 곳을 찾아본 적이 있다. 동네 전체가 재개발되어 하숙집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고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오래된 것들은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쉽게 파괴된다. 그래서 어떤 곳에 갔다가 가끔 오래된 것들을 만나면 눈길을 뗄 수 없다. 지은 지 100년은 돼 보이는 목조가옥 같은 것은 사진을 찍어 두기도 한다. 길을 걷다 ‘정초(定礎) 1963년’과 같은 글귀를 발견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43년이 된 서울지하철 1호선의 내부도 많이 변했지만 벽면의 누런 타일이 원래대로 남아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천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저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언제라도 살던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유명인사들이 살았던 집과 다녔던 카페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헌것은 무조건 바꾸고 보존에는 무감각한 우리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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