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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건강한 가족] 만성골반통 여성 30~40%, 알고 보니 골반울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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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김건우 원장

중앙일보

최근 직장인 최모(42·여)씨가 아랫배가 아프다며 찾아왔다. 처음엔 요통인 줄 알고 척추병원을 가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는 정형외과·산부인과·한의원을 전전하다 통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자 우리 병원에 왔다고 했다. 도플러 초음파검사 후 ‘골반울혈증후군’으로 확진했다.

테일러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하는 골반울혈증후군은 다소 생소한 질환이다. 난소 정맥 안의 판막이 고장 나 혈액이 역류하면서 골반 내 정맥총(혈관 덩어리)에 울혈 및 정맥류가 생긴 것이다. 골반 내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 흐르지 못한 채 골반 내에 뭉쳐 있어 통증이 생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만성 골반염, 골반유착, 자궁내막증 등 만성골반통이 생기는 다른 질환과 공존하는 경우도 많다.

골반울혈증후군 환자는 의외로 많다. 국내 만성골반통증 환자 10명 중 3~4명이 해당한다. 30~40대 여성이 겪는 만성골반통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은 질병을 찾아내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자궁과 골반 주변부는 신경이 적게 분포돼 있어 통증 부위가 어딘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허리·척추 문제, 탈장, 맹장염, 자궁근종과 혼동하기 쉽다.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다. 일반 초음파보다는 혈관 기형이나 혈류 흐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도플러 초음파로 혈관을 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대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분만 경험이 없는 여성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출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증상이 생기거나 악화할 확률이 높다. 가만히 누워서 쉬면 통증이 다시 줄어들어 출산한 여성은 산후조리를 잘못해 생기는 통증으로 생각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은 골반에 느껴지는 묵직하고 뻐근한 통증이다. 배·엉덩이가 아프기도 한다. 생리 직전,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성관계 후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허벅지 안쪽, 음부 등에 면발처럼 튀어나온 혈관이 만져진다면 거의 대부분 골반울혈증후군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평소 원인 없는 요통을 겪으며 질염·방광염에 자주 노출되거나, 성교통이 심한 증상이 한번에 오는 경우도 정밀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확진을 하면 증상이 미약할 경우 3개월 이상의 약물 치료를 고려한다.

심하면 과거엔 자궁 적출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최근엔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로 수술 없이 간단히 치료한다. 색전술은 인터벤션 시술(혈관 내 치료)의 일종으로, 2㎜ 정도의 가는 카테터를 혈관 속에 넣어 역류된 곳을 경화제 등으로 막아 문제 혈관을 차단한다. 피가 모여 늘어난 정맥이 단단히 굳으면서 혈류가 차단돼 증상이 호전되는 원리다. 정체됐던 혈액은 문제 혈관의 주변 정맥으로 고르게 퍼지면서 정상 흐름을 되찾는다.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은 난소정맥부전·골반정맥류를 진단하면서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고 시술 합병증이 거의 없다.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다. 안전하고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시술이면서 통증 감소 효과가 커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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