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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국 이지스함 사고 미스터리...첨단 구축함은 왜 충돌을 피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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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피츠제럴드함 대처 의문 투성이"

승조원들에겐 사건에 대해 함구령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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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미 해군 이지스함 피츠제럴드호가 필리핀 상선과 일본 해상서 충돌해 함체가 크게 파손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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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이 왜 1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선을 피하지 못했을까.

미국 해군 태평양사령부 제 7함대 소속 피츠제럴드함(8300t급)이 필리핀 선적 ACX 크리스털호(2만9000t급)와 충돌한 사건의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는 지난 17일 새벽 1시 30분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 남쪽 해상에서 발생했다. 피츠제럴드함이 크리스털호의 선수에 부딪혀 레이더 체계 바로 아래 우현이 크게 파손됐다. 사고 당시 함정엔 직경 4m에 달하는 구멍이 생겼다. 바로 함장실 부근이었다. 장병들은 함장실의 문을 열고 함선 벽에 끼어버린 브라이스 벤슨 함장을 구출했다.

바닷물이 계속 쏟아져들어오자 구축함의 침몰을 막기 위해 침수된 격실 구역을 폐쇄했다. 승조원 7명이 폐쇄된 공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침수구역을 밀폐하지 않았다면 이지스함의 자력 귀환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승조원들은 매뉴얼대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지프 오코인 미 해군 제 7함대 사령관은 사건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1개의 기계실과 116명을 수용하는 선실 2개 구역을 포함한 3곳이 크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는 충돌과 바닷물 유입의 영향으로 선체 일부가 찌그러졌을뿐 아니라 배 자체도 뒤틀렸다고 보도했다. 레이더실 역시 통신 수단이 고장나거나 전력 공급이 안되는 손상을 입어 먹통이 됐다. USNI뉴스에 따르면 피츠제럴드함이 외부에 조난 신고를 하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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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로 선체 우측이 크게 파손된 미국 이지스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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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함과 충돌한 ACX 크리스털호. [교토통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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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호의 항적을 조사한 스테판 워킨스 해군 정보기술안보 고문은 "크리스털호는 충돌 직후 엔진을 끄고 사고 현장을 살피는 대신 당초 가려던 항로로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가 선원들이 뒤늦게 사고를 알아채고 30분만에 유턴했다"며 "자동 항해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털호는 사고 발행 55분 만에 현장에 돌아와 일본 해안경비대에 연락했다. 당초 사고가 오전 2시 30분에 발생했다고 알려진 까닭이다.

NYT는 피츠제럴드함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야간이라 해도 항해사와 승조원은 함교와 우현·함미 등에서 지평선을 살피며, 레이더 장교는 접근해오는 화물선을 스크린에서 발견했어야 했다. 또 함장은 즉시 함교로 소환돼 안전한 통로를 확보해 충돌을 예방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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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로 선체 우측이 크게 파손된 미국 이지스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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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의 대처도 의문이다. USNI 뉴스는 "이리듐 위성통신으로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는데도 1시간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츠제럴드함 승조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엄격한 함구령이 내려진 가운데 NYT와 접촉한 한 병사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누군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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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함 해상 충돌 사고로 희생된 미 해군 승조원. [미 해군 제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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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망자 7명의 유가족들은 이들의 죽음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사망자의 시신은 미국에 도착했으나 해군이 부검을 지휘하고 있어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그들(해군)의 말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NYT에 말했다. NYT에 따르면 희생자 대부분은 필리핀·과테말라·베트남·프랑스 등에서 건너온 이민자 2세였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민자의 입대를 독려해왔다. 특히 해군의 경우 이민자 비중이 높아 13명 중 1명꼴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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