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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보수도시 대구에 불어닥친 퀴어 열풍 “안녕하세요, 저희는 성소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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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역전홈런, 혐오와 차별을 넘겨라’

“대구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는 성소수자입니다”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불볕 더위가 몰아닥친 대구 중심가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주말을 맞은 24일, 대구광역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및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제9회 대구 퀴어문화축제의 한 장면이다. 이 행사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유일한 성소수자들의 문화 축제다. 나아가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대구에서 개최됐다는 이유로 사회 각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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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퀴어문화축제 포스터/사진=대구 퀴어문화축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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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퀴어문화축제의 풍경/사진=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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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도에 달하는 대구의 한낮 더위에도 약 50개의 부스와 많은 참가자들로 동성로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국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는 두 남성은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가 봤지만, 대구에서 열리는 행사는 처음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어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축제에 나오는 반대 세력이) 좀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도 완전히 차별과 혐오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에 왔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차별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축제에 반대하는) 저들도, 우리도, 당신도”라고 느낀 바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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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퀴어문화축제의 풍경/사진=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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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대구 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연 주한 미국 대사관은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은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문화교육 선임 전문위원인 최은경씨는 “미 대사관은 (서울과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참여 뿐 아니라, 대학생 동아리 후원 등 성소수자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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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퀴어문화축제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사진=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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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퀴어문화축제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사진=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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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화점에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2.28 공원 등지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이어졌다. ‘동성애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한 중년 남성은 “축제를 하는 의미가 뭐냐? 뭘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남자, 여자로 태어났으면, 정체성을 모르면 남자는 남자의, 여자는 여자의 정체성을 찾아 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근처에서 ‘동성애 법제화 반대’라고 쓰인 카드를 든 한 20대 남성은 퀴어문화축제와 기독교 단체의 대립을 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 같다. 서로 다른 게 맞다고 얘기하고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종교적인 이유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한다. 이 남성은 “나는 기독교인인데, 성경에 나와 있는 대로 옳지 않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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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끝난 후 모인 참가자들/사진=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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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공연이 끝난 오후 5시, 참가자들은 풍물패와 퍼레이드 차량을 따라 대구 시내 일대를 행진하는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이들은 경쾌한 리듬의 가요에 맞춰 신나게 춤을 췄다.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의 폐지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행렬은 출발지인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서 마무리됐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힘차게 부르며 돌아온 참가자들은 웃는 얼굴로 내년을 기약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은혜 기자 leh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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