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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수십 년 간 폐비닐 소각…주민들 "고통 호소"…지자체 낮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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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군서면 만곡리 D기업 사업장에 폐비닐을 포함한 많은 폐기물들이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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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업체 수십 년 간 ‘무법천지?’…영광군, 뭐했나
지속된 주민 민원 ‘묵살’…본보 취재 시작되자 영광군 “조사착수”


[아시아경제 문승용·이전성 기자] 전남의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폐비닐을 소각해 발생한 매캐한 냄새로 25년 간 고통을 호소해 온 주민들의 사연이 알려져 말썽이다.

더욱이 이를 지도·점검하고 단속해야 할 전남 영광군은 주민들의 수많은 민원을 묵살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지도·점검을 나서지 않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25일 전남 영광군 군서면 만곡리 주민 A씨는 “D종합폐기물처리업체에서 폐비닐을 소각하면서 발생한 매캐한 냄새로 수십 년 간 머리가 깨질듯 한 고통을 입었다”며 “머리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고 밝혔다.

전남 영광군 군서면 만곡리에서 종합폐기물처리 및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는 D기업.

D기업은 1992년 영광군으로부터 관련 허가를 받아 최근까지 폐비닐을 수집·세척하고 이를 고열에 녹여 고무 대야를 생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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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군서면 만곡리 D기업 사업장에 폐비닐과 폐기물들을 파쇄하고 사업장에 적치해 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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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D기업이 고무대야를 생산하기 위해 폐비닐을 고열에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연기다.

A씨는 “D기업이 폐비닐을 소각할때면 신경이 곤두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며 “영광군에 수십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도·점검과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광군이 주민 민원에도 지도점검을 나오지 않았을 때마다 ‘D기업이 뒷배경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며 “대통령보다 더 높은 사람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폐기물처리업의 시설·장비·기술능력의 기준”에 대한 법령에는 종합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처리업을 하는 사업장은 폐기물 보관을 위한 비가림막 시설과 사업장 오·폐수가 지하로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관련 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D기업은 이 같은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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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군서면 만곡리 D기업. 사업장 바닥에 흘러내린 폐유를 파쇄석으로 뒤덮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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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사업장 오폐수를 한 데 모으는 집수조시설도 없어 많은 비가 오면 인근 논으로 폐수가 흘러들어 갔다는 것. 이 폐수는 논과 만곡천을 거쳐 영광군 앞바다로 유입됐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영광군은 주민들의 민원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도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D기업을 상대로 곧바로 행정명령을 내렸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영광군 환경산림과 주무관은 “D기업에 시설을 개선하라는 공문은 발송한 기억이 없다”며 “부서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이 담당은 “2016년 7월 환경산림과로 발령받아 같은 해 하반기, 2017년 상반기에도 지도점검을 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광군 환경분야 최고 베테랑이라는 담당은 “비가림막 시설이라는 것은 폐비닐을 야적한 경우에 시설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 년에 한두 번은 D기업을 지나가면서 보는데 어떠한 흔적도 없고 수년간 조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봤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베테랑 담당은 “D기업을 방문해 관련 행정명령을 지시했다”며 “추가적으로 불법행위가 나오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근 지자체 환경담당은 “이토록 시설이 없는 상태로 폐기물이 방치되서는 안되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도·단속과 행정명령은 조업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한편 D기업은 6개월 전 매매로 인한 사업자 대표가 변경됐으며 파쇄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D기업 관계자는 “소각한 사실은 없을 뿐만 아니라 소각할 장치도 없다”며 “현재 기존 시설을 바꿔가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문승용·이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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