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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찢어진 답안지' 제출한 학생 본 교수 "알렉산더 용기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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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찢어진 답안지'를 내놓은 학생, 교수의 반응은? 22일 전호근 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찢어버린 답안지'란 제목의 글을 올려 소회를 전했다./전호근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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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기말고사 답안지 공개한 교수,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버린 학생이다'

[더팩트 | 백윤호 인턴기자] 기말고사 답안지를 찢은 학생을 바라보는 교수의 기분은 어떨까.

학생이 교수의 답안지를 찢고 나가는 모습은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번쯤은 본 장면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쉽지 않다. 학점을 어떻게 줄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누가 도전하겠는가. 또한 그 도전을 받은 교수는 어떤 기분이겠는가.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났다.

22일 전호근 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찢어버린 답안지'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호근 교수는 "한 학기가 끝나고 오늘부터 채점에 들어간다"며 "내 시험은 오픈 북으로 치러지며 온 세상의 모든 자료를 참고하게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옆 친구 답안지를 봐도 좋고 서로 상의해서 글을 쓰는 것도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글 쓰는 도구도 상관없다"며 "주어진 주제나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려도 좋다고 권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로 답안지를 찢어버린 학생이 나왔다.

이 학생은 답안지를 찢어버린 다음 접착식 메모지인 포스트잇으로 답안지를 이어 붙였다. 포스트잇은 학생이 직접 쓴 긴 편지가 적혀 이었다.

전 교수는 "학생은 '제도가 인간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마치 쇠고기 등급 매기듯 인간을 재단하기 위한 수단인 '답안지'를 찢어버림으로써 인간이 바로 그러한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며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에는 영화 <동주>의 송몽규가 윤치호에게서 받은 상패를 내동댕이쳐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이 학생은 알렉산더의 용기를 지녔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버린!"이라고 말하며 극찬했다.

white@tf.co.kr

디지털뉴스팀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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