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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깨진 송판 줄줄이 허공으로…‘리얼’한 파괴력 뽐낸 북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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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10년 만에 다시 드러난 북 태권도 위력

70장 기왓장 한 명이 줄줄이 격파

문 대통령 관전 뒤 선수들 악수하며 격려



“여러분 안녕하십네까. 반갑습니다!”

24일 저녁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자리잡은 ‘태권도의 성지’ 태권도원의 T1 경기장. 북한 여성 특유의 목소리가 경기장 내 방송을 통해 흘러 나오자 관중석은 기대감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2017 무주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온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 16명으로 이뤄진 북한 시범단의 10년 만의 남쪽 공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유자이칭 부위원장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조정원 총재 등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들도 지켜봤다.

“먼저 단군틀…, 맞서기를 보여주겠습니다.” 이런 멘트와 함께 시작된 북한 시범단은 공연은 예상대로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공연보다 거칠고 필살기적이었다. 마치 실제 사람들이 싸우는 것처럼 격렬했다.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혜리는 “북한 선수들이 태권도 하는 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송판을 주로 격파하지만, 북한은 벽돌까지 격파한다. 정말 리얼하다”고 했다.

“다음은 한번 뛰어 다양한 목표물를 격파하는 기술동작을 보겠습니다.” 격파 공연에서는 5, 6㎝ 두께의 송판들이 줄줄이 부서져 공중으로 날아갔지만, 실수도 있었다. 두께가 10㎝나 되는 단단한 송판을 한 사범이 발차기로 격파하려 했으나 무려 4번의 시도에도 깨지지 않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1 대 3 맞서기를 보겠습니다. 높은 정신력과 태권도 기술을 보유하면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자 도복을 입은 한 명이 한 명의 여성과 팔짱을 끼고 등장했고, 3명이 시비를 걸자 격렬한 대결이 벌이는 장면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여성을 보호하는 것으로 끝나자, “관람석에서 나오신 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장내 멘트가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70여장의 기와를 격파하겠습니다. ○○○ 7단이 보여주겠습니다”는 멘트가 나온 뒤, 한 사범이 10개가 넘게 흩어져 놓여 있는 기왓장을 줄줄이 격파하는 시범을 성공적으로 마지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것으로 26분 동안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세계태권도연맹 주관 대회에서 국제태권도연맹 시범단이 공연한 것은 2015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하지만 한국 땅을 찾아 세계태권도연맹 행사 무대에 오른 것은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 창립 이후 사상 처음이다. 그래서 의미는 더했다.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은 오는 9월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 가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날 공연이 끝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스탠드에서 내려와 북한 시범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고 함께 사진촬영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날 북한 시범단에 앞서 멋진 공연을 선보인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도 같은 격려를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태권도의 성지’ 태권도원 방문 기념으로 태권도복 상의에 친필 사인을 했고, 이날 개막식에 나온 국악연주단, 어린이 태권도시범단 등과도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촬영까지 마치는 행보를 이어갔다.

무주/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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