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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한겨레 사설] 추경 볼모로 국회 파행시키는 자유한국당의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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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놓고 대치하면서 국회가 표류하고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합의 도출을 시도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추경 심사 자체를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추경은 새 정권의 시작이 되는 토대”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하려는 것을 발목 잡는 것은 대선과 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자유한국당을 비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우리가 문 대통령을 부정한 적 있었냐”며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정부가 지난 7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뒤 16일째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첫해 추경은 5일, 박근혜 정부는 하루 만에 상임위에 상정됐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추경 필요성을 직접 호소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인사청문회 정국이라고는 하지만 ‘일자리 추경’을 이처럼 오랫동안 방치하는 건 국회의 기본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추경 심사를 거부하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로 보면, ‘대선 불복’이란 비판을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일자리 창출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고, 당선되면 곧바로 추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1호 공약에 대해 국회 논의조차 봉쇄하는 것은 정치 도의로 보나 관행으로 보나 도를 넘어선다. 자유한국당은 정국 정상화의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조처, 추경 재편성 등 3대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것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여야가 협상은 해야겠지만 추경안 상정에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이런 식이면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을 처리할 때 또다른 조건을 내걸 셈인가.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새 정부 발목을 잡겠다는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추경에선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싸잡아 비난하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건 문제다. 인사 문제 등에서 야당으로서 견제하고 비판할 것은 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 반대에 편승해 새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이런 행태를 용인하진 않을 것이다. 야3당은 추경 문제만큼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의 합리적 요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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