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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트럼프 "코미 녹음테이프 나에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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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자신 간에 대화 녹음테이프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도 난항을 겪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나와 코미 전 국장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의 존재 여부를 모른다"며 "나는 그런 녹취를 만들지 않았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날은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 측에 요구한 증거 제출 기한을 하루 앞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며 녹음테이프가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증거로 기대되던 테이프가 없다고 말하자 뮬러 특검의 수사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력에 저항한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다는 '사법 방해' 혐의를 받고 있으나 테이프가 없다면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이제 초점은 코미 전 국장이 지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 내용을 적었다는 '코미 메모' 공개에 모아지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러시아 수사를 중단하고 충성을 맹세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대화가 끝나자마자 메모로 대화 내용을 남겼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유일한 물적 증거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지난달 트윗이 사법 방해 혐의를 받지 않도록 미리 차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트윗에서 '자신은 녹음하지 않았다'는 데 방점을 뒀다. 곧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이나 기관이 녹음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지난달 트윗이 허위 사실로 코미 전 국장의 상원 청문회 증언을 막기 위한 협박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자신이 아닌 다른 경로로 녹음테이프가 유출될 가능성도 미리 열어둔 셈이다.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대통령이 테이프가 없었다면 왜 테이프의 존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느냐"며 "대중을 호도하려고 했나? 아니면 코미 전 국장을 위협하려고 했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괜히 논란을 만들어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녹음테이프 존재 가능성을 시사해 수사를 차단하려 했으나 오히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코미 전 국장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테이프 협박이 코미 메모를 공개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가일 때 부동산 협상에서 수많은 속임수와 혼란을 활용했다"며 "그러나 '대통령' 트럼프로서 이러한 전략은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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