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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연예인·파워블로거도 줄서는 '후'…"베트남 'K뷰티' 우리가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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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 되면서 한국 화장품·식품 기업의 실적 쇼크가 잇따르고 있다. 영원히 성장할 줄 알았던 중국사업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의 달콤함에 빠져 지나치게 중국시장에만 투자를 집중한 여파가 크다. 중국은 꼭 잡아야 할 거대시장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세안은 물론 미주, 중동, 유럽 등 한국 기업이 도전할 큰 시장이 무궁 무진하다. 뛰어난 품질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 무대를 넓힌 기업들이 있다. 그 생생한 산업현장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K로드, 세계로]<3-1>LG생활건강, 韓드라마 직접 들여와 한류 성장 이끌어…올해로 진출 20주년, 생활용품으로 사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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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다카시마야 백화점 1층. LG생활건강 '후' 브랜드가 벌이는 메이크업 시연행사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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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한국 뷰티기업 최초로 베트남에 깃발을 꽂았다. '성장의 땅'이라는 기대 속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현실은 녹록지않았다. 백화점 유통망이 변변치 않아 내로라하는 해외 브랜드들도 로드숍이나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모색했다. 때마침 '별은 내가슴에' 드라마가 베트남에 방영돼 한류가 꽃 피던 현지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드봉' 모델은 배우 김남주였다. LG생활건강은 김남주가 출연한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를 비롯해 '의가형제' 등 한국 인기 드라마 판권을 직접 사들여 현지 방송사에 넘겼다. 드라마 방영 전후로는 LG생활건강 화장품 광고를 틀었다. 뽀얀 피부의 드라마 주인공에 대한 동경은 LG생활건강 화장품 구매로 이어졌다. 베트남 'K뷰티' 열풍의 시작이었다.

LG생활건강이 국영기업 보카리맥스사와 합작법인 LG 비나코스메틱(LG Vina Cosmetics)을 설립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20주년이 됐다. 대부분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지만 LG생활건강은 일찌감치 베트남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꾸준히 투자한 것이다. 베트남 시장에서 'K뷰티'의 대명사로 통하는 LG생활건강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한국에서도 독보적인 생활용품 사업을 대거 강화한다. 프리미엄 화장품 1위를 넘어 전체 화장품·퍼스널케어 시장 선두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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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파워블로거 줄서는 '후·오휘'…백화점 "입점해달라" 러브콜="저는 다른 화장품 브랜드 지원을 받고 있어서 이름을 알려드릴 수 없어요." 지난 2일 오전 베트남 호찌민 다이아몬드 백화점 '후' 매장에서 만난 한 여성(24)은 자신을 파워 뷰티블로거라고 소개했다. 현재 미국 화장품 M브랜드 제품 홍보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부가 건조해서 고민인데 친구들이 '후'를 쓰면 촉촉해진다고 추천해서 사러 왔다"며 "한국 여성들 피부 비결이 K뷰티 때문이라는데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후의 경우 베트남 유명 연예인들도 즐겨쓰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이아몬드 백화점 후 매장 직원 람넉투씨(29)는 "후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인식돼 있어 주로 부자들이 애용한다"며 "연예인들도 후 제품을 좋아해 함께 일하는 뷰티 컨설턴트들이 자주 매장을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이 베트남에 각각 2005년, 2006년에 선보인 '오휘'와 '후'는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베트남 고급화장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후'는 궁중한방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와 고급화 전략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대표 인기 제품인 '환유고'와 '비첩 자생에센스'는 각각 70만원·20만원대로, 베트남 1인당 GDP(약 230만원)를 고려할 때 매우 비싼 제품이지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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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다이아몬드백화점 후 매장/사진제공=LG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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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이 앞다퉈 LG생활건강 유치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와 '오휘'는 현재 호찌민과 하노이시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롯데, 팍슨(Parkson), 로빈스(Robins) 백화점 등 23곳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베트남 최대 백화점인 호찌민 다이아몬드 백화점에 '숨37' 매장도 열었다.

지난해 7월 베트남 호찌민에 문을 연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LG생활건강을 등한시했던 초기 태도를 5개월여만에 180도 바꿨다. 이인호 LG생활건강 베트남 법인장은 "백화점 오픈 직전 구석자리를 제안해 협상이 결렬됐었다"며 "하지만 후가 베트남 고급스킨케어 1위 브랜드라는 사실을 안 백화점이 작년 연말 적극 입점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백화점 측은 후 매장을 유치하려고 MD개편 시즌도 아닌 4월에 임시매장을 내줬다. 유통망이 늘면서 매출도 성장세다. LG생활건강 베트남법인 매출은 2011년 318억원에서 지난해 468억원으로 5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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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의 베트남 매장에서 베트남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LG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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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 이어 생활용품까지…황금 포트폴리오 구축=2005년 말 베트남에 진출한 더페이스샵도 중고가 브랜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베트남의 가로수길 격인 호치민 하이바쭝에 로드샵 1호점을 낸 이후 전국에 6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화장품을 넘어 생활용품 분야도 확대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 대형마트를 장악한 '더블리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론칭한 오가니스트(헤어), 온더바디(바디)를 본격 키운다. '페리오 펌핑치약'과 '죽염칫솔' 등 구강관리 제품도 마케팅을 강화한다.

이 법인장은 "오가니스트와 온더바디는 론칭한지 얼마 안됐지만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한국 제품들을 모두 베트남에 들여와 화장품 뿐 아니라 생활용품 시장에서도 1위로 올라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베트남 화장품·생활용품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해외 거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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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이 베트남에 론칭한 생활용품. 왼쪽부터 오가니스트, 온더바디./사진제공=LG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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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베트남)=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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