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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친구의 첼로 연주속 마지막길 떠난 웜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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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파장]박정훈 특파원, 장례식 현장 가보니

“동맹인 한국, 일본과 협력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남아 있습니다.”

22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와이오밍 고등학교. 이 학교 졸업생인 오토 웜비어(23)의 장례식에 참석한 랍 포트먼 연방 상원의원(공화·오하이오)은 ‘북한을 더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강조했다.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국한 뒤 6일 만인 19일 사망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친지와 주민 등 2000여 명이 아침 일찍부터 엄숙한 표정으로 줄을 이었다. 방명록에 이름과 함께 작별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동아일보

“드라마는 끝났지만… 후속작의 시작” 어머니와 찍은 사진과 함께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것은 후속작의 시작”이라는 웜비어의 2013년 졸업식 연설 내용이 담긴 그의 장례식 안내문. 신시내티=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장례식 안내문에는 생전의 웜비어가 어머니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소개됐다. 그 아래에는 그가 2013년 졸업식에서 “드라마는 끝났지만, 이것은 수없이 만들어질 후속작의 시작이기도 하다”고 연설한 내용이 실려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건물 내부 강당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차관보)를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윤 부차관보는 12일 의료진과 함께 평양을 전격 방문해 웜비어를 데리고 귀환했던 당사자. 윤 부차관보가 이날 출석할 예정이었던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는 잠정 연기됐다. 윤 부차관보는 웜비어의 부모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조전을 대신 전달했고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감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경호상의 문제 등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 기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장례식 참석은 허용되지 않았다.

학창 시절 웜비어와 함께 축구팀에서 활동했던 한 대학생은 이날 장례식에서 먼저 떠난 친구를 위해 첼로곡을 연주했다. 그는 3일 전부터 매일 식장을 찾아 눈물을 참으며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오토는 고교 시절부터 대부분의 학내 일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인 학생이었다”며 “아들이 오토와 거의 매일 만날 정도로 가까웠는데 사망 소식을 듣고는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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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했던 청년 어디 가고… 22일(현지 시간)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귀국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모교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와이오밍고교 강당에 마련된 장례식장에 고인을 기리는 사진이 놓여 있다. 신시내티=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장례식장 앞에는 고인이 썼던 옷가지와 털모자, 신발 등 100여 점의 유품이 전시돼 있었다. 모두 그가 북한에 가져가 사용한 물건이었다. 웜비어의 학창 시절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들도 눈에 들어왔다. 고교 축구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정도로 활동적이던 그의 사진 앞에서 교사와 친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고교 여자 동창 애디 스미스 씨는 “오토는 정말 다방면에서 특출한 친구여서 사망 소식에 더 충격이 컸다”며 “오토 가족 모두에게 어려운 시간이겠지만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가혹행위 가능성 등에 대한 미국 내 비난 여론은 절정에 달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1일 미중 외교안보대화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 젊은이가 건강한 상태로 북한에 갔다가 경미한 일로 억류된 뒤 거의 죽어서 돌아왔고, 이곳에 도착한 이후 곧바로 죽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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