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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미·중 “유엔 제재 북 기관과 거래 금지” … 빅딜 없이 스몰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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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 없는 북 압박엔 한계 인정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결국 못 꺼내

중, 자국 기업 10여 곳만 제재 동의

광범위한 제재 피하는 영리한 선택

한·미정상에 북핵 해법 숙제 넘겨

중앙일보

21일(현지시간)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워싱턴에서 중국과 외교안보대화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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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결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됐던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대화(외교안보장관 회담)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봉합한 채 끝났다.

북핵 문제 해결의 뾰족한 해법과 효과가 없는 현실을 인정한 채 ‘유엔이 정한 북한 기업과의 거래금지’라는 최소한의 결과물만 내놓은 셈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은 29~30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담판의 몫으로 남게 됐다. 미국 측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중국 측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첫 외교안보대화를 열고 “미·중 기업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과 중국의 도움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이 먹히지 않았다”며 ‘중국에 기대지 않는 독자 행동’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중국도 국제적인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기로 함으로써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을 피하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세컨더리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다.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 입장에선 북한과 거래하는 총 5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제재보다는 극히 일부 기업(10여 곳)만 해당되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정을 준수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던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식물인간’ 상태로 송환된 지 6일 만인 지난 19일 사망하면서 미국 내 대북 강경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견에서 매티스 장관은 “웜비어 건은 법과 질서, 인간성, 인간에 대한 책임감 등 어떤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미국이 이달 초 북한과 거래 의혹이 있는 중국 기업, 개인 목록을 중국에 전달했을 때만 해도 불쾌해했던 중국은 이런 분위기에서 ‘반보’ 물러나는 전략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외교안보대화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절차를 중단하고 철수를 요구했다”고 공지했다.

또 중국 측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감축하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일시 중단하는 내용의 협상을 제안했으나 미국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한편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미신 대 팩트(Myths vs. Fact);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란 글에서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것은 미신 이다. 대북 압박은 그동안 불규칙하게 적용돼왔고 결코 실행되지 않은 (북측의) 약속에 의해 조기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김현기 기자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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