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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北, 무인기 도발 '함구'…사면초가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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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


문재인 정부 대북 유화책에 '발뺌' 기회 잡기 어려워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군 당국이 강원 인제 일대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북한이 입을 닫은 채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에 발뺌할 기회도 잡기 어려워 북한이 사면초가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 무인기 사건 당시 북한은 '모략극'이라고 주장하며 공동조사까지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관련 증거들이 발견된 데다가 정권 교체로 정부의 대북 기조가 바뀌면서 과거와 같은 억지 대응이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 무인기가 발견된 것은 지난 9일. 군 당국은 발견된 소형 무인기를 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나흘이 뒤인 지난 13일, 발견된 무인기에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부지가 촬영된 사실을 확인했다.

군 당국은 이어 지난 21일 이 무인기가 북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이 무인기가 북한 금강군 일대에서 발진해 군사분계선 상공을 통과해 남하한 다음 성주에서 회항해 돌아가던 중 엔진 결함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무인기 사건이 공개된 지 2주가 다 되도록 관련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지난 2014년 무인기 사건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4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경기 파주, 서해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잇달아 무인기가 발견되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서울 도심과 백령도 상공을 유유히 비행했다'고 비꼬는 동시에 자신들이 소행이 아닌 것처럼 모른척했다.

북한은 그러다가 당시 정부가 같은 달 11일 중간조사 결과발표에서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자 사흘 뒤 "남조선당국이 동족대결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날조극, 모략극을 꾸며내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북한은 국방위원회 검열단이 '진상공개장'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는데, 검열단은 비상설 기구였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무인기 사건을 대응하기 위해 일종의 TF팀을 꾸린 것이다.

검열단은 아울러 진상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을 넘어 "모략극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청와대 안보실장을 대표로 공동조사를 진행하자고 요구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국방부가 무인기 사건이 모두 북한의 소행이라고, 최종결론을 내리자 검열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이 동족대결각본인 '무인기사건 북소행설'을 들고 나와 민족을 격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판문점대표부도 대변인 담화를 내며 "무인기사건의 북 소행 관련설은 미국과 괴뢰들이 함께 날조해냈던 '천안'호 사건의 재판인 반공화국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무인기 사건의 경우 주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로 인한 대북 기조가 바뀌면서 북한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2014년 당시 각종 성명과 담화에서 무인기 사건을 '보수 정권'의 날조극이라고 주장했었다. 또한 당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조정 여부 등을 둘러싼 남측의 정치적 갈등 상황과도 묶어 '안보불안'을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새 정부의 경우 지난달 출범한 이래 일관되게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간 중심의 교류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며 유화적 신호까지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앞선 경우처럼 무인기 사건을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높다는 점도 북한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군 당국이 유엔사령부에 정전협정 위반 관련 조사까지 요청한 상황에서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을 할 경우 이슈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며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은 억지스럽더라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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