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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말빛 발견] 번역투, 느리고 흐림 그리고 어색함/이경우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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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이경우 어문팀장


‘~에 있어서’는 대표적인 일본어 번역투다. 번역한 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말이나 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긍정적으로 보면 ‘있다’를 이용한 표현이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쪽에서는 부자연스럽다고 한다. 현실은 긍정의 눈길보다 부정의 눈길이 강하다. ‘에 있어서’라는 표현을 놓고 말할 때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에 초점이 놓이게 된다.

“감독 선임에 있어서 첫 번째 조건은 통솔력이다.” 이 문장은 “감독 선임의 첫 번째 조건은 통솔력이다”라고 바꿀 수 있다. “감독을 선임할 때 첫 번째 조건은 통솔력이다”도 더 우리말다운 표현으로 거론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월 10만원은 큰돈이다”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불필요하게 ‘있다’를 넣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월 10만원은 큰돈이다”가 얼마나 간결하고 좋으냐고 한다.

그러고 보면 “투자에 있어서도 성향이 반영돼”는 ‘투자에도 성향이 반영돼’, “주역에 있어 대가”는 ‘주역의 대가’라고 하는 게 낫다. 하지만 앞의 “감독 선임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이때 ‘있다’는 앞말을 화제로 삼았다는 표시가 된다. 그렇더라도 어색해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번역투는 뜻을 흐릿하게 하거나 군더더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문장은 늘어진다. 분명한 표현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학 작품의 의도적 번역투는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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