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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번엔 브뤼셀역 폭탄테러… ‘테러 공포’ 일상이 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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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佛·벨기에서 이틀새 3건 발생 / 모로코 국적 36세 남성이 범행 / 못·가스통 든 폭발물 가방 사용 / 사살 직전에 “알라는 위대” 외쳐 / 유럽서 2016년 극단주의 테러 99건 / 해마다 테러 용의자 1000명 체포 / “감시 위주 대책 전환 필요” 목소리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번엔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 발생 때마다 경계 수위를 높여온 유럽이지만 테러리즘은 여전히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일보

벨기에 무장 군인들이 20일(현지시간) 폭탄테러가 발생한 브뤼셀 중앙역 인근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브뤼셀=AP연합뉴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벨기에 검찰은 “지난 20일 오후 8시40분쯤(현지시간) 브뤼셀 중앙역에서 폭발물 테러를 저지른 뒤 경계 중이던 무장군인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테러범은 모로코 국적의 36세 남성 O.Z.로 신원이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테러범의 전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데일리메일은 이날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테러범의 이름이 오사마 자리우(사진)라며 성범죄, 마약 등의 전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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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 결과 당시 테러범은 못과 작은 가스통이 든 폭발물 가방을 들고 있었고, 이 가방은 부분 폭발을 일으킨 뒤 한 번 더 폭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테러범은 아랍어로 ‘알라 후 아크바르’(알라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면서 무장군인에 달려들다가 몇 차례 총을 맞고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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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검찰은 21일 “테러범이 몰렌베이크에서 왔고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있으나 테러 관련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국가경계 수위를 2번째로 높은 현 상태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지난해 3월 브뤼셀 국제공항과 유럽연합(EU) 본부 인근 말벡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연쇄 자폭테러 이후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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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새 3건의 테러가 발생한 유럽은 공포에 휩싸였다. 19일 오전 런던 핀스버리 파크 모스크 인근에서 무슬림(이슬람 교도)을 목표로 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돌진 공격으로 1명이 사망했고, 같은날 오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폭발물을 실은 차량 한 대가 경찰 차량에 돌진해 충돌했다. 프랑스 경찰은 다음날 숨진 파리 테러 용의자 아담 자지리(31)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리더인 아부바크르 알 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하는 편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2015년 정보당국의 국내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에 등재된 뒤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유럽 각국은 수년째 경계를 강화하고 인터넷을 통제하는 등 대테러 비상체제를 이어왔지만 테러는 계속됐다. 각국의 노력으로 테러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졌고 희생자는 줄었지만, 극단주의는 오히려 확산해 대외적 공조가 필요해졌다고 유럽연합(EU)의 경찰기구 유로폴은 지적했다. 유로폴이 지난 15일 내놓은 ‘2017 유럽 테러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최근 3년간 해마다 테러 관련 용의자 1000명가량을 체포했다. 이 기간 테러에 따른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극단주의와 테러의 관련성은 급증했다. 지난해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 시도(실패나 저지 포함) 142건 중 극단주의와 관련된 건은 약 70%(99건)에 달했다. 테러 관련으로 체포된 용의자 중 지하디스트(극단주의 테러조직원)는 2014년 395명에서 지난해 718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감시와 통제가 아닌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테러리즘 담당관 나딤 하우리는 최근 “프랑스는 국가비상사태에 중독됐다”며 “이는 국가를 더 안전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하메드 엘사이드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유럽 전체가 테러 대책을 만든다면서 테러 그 자체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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