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사진은 말한다] 기업가 조중훈의 인연, 1985년 5월 12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1920~2002)이 '살아온 길'에 대해 인터뷰를 할 때였다. 잠시 참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기업인의 표정'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평생 수송 외길을 걷게 된 것은 '운명적 만남' 덕분이었다고 했다.

광복 이후 항구의 물동량이 늘어나는 것을 본 스물일곱 살의 조 회장은 1945년 '한진상사'라는 조그만 간판을 걸고 트럭 한 대로 운송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비 오는 어느 날 트럭을 몰고 경인도로를 달리는데, 웬 외국 여성이 갓길에 고장 난 승용차를 세워놓고 도움을 청했다. 트럭을 세우고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묻고는 차를 수리해줬다. 수리를 마치고 가려는데 그 여성이 연락처를 물었고, 며칠 후 연락이 왔다. 찾아가 보니 그 여성은 미8군 사령관의 부인이었다.

사령관은 사례로 금일봉을 전달하려 했지만 조 회장은 "한국인은 그 정도의 친절은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사양했다.

사령관이 "어떤 식으로 당신을 도우면 되느냐?"고 묻기에 "그러면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폐차를 제게 주시면 그것을 수리해서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사령관은 즉각 승낙했고, 그 차들이 한진의 땅길, 하늘길, 바닷길을 개척하는 기반이 됐다. 조 회장은 "사업은 예술이며 인간관계"라며 웃었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