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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TOPIC] 국세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논란 “지방세는 수수료 안 받는데…” 납세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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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카드 수수료 체계가 국세, 지방세별로 달라 납세자가 혼란스럽다는 민원이 계속 생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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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이직 과정에서 두어 달간의 공백 기간이 생겼다. 그 사이 건강보험공단에서 김 씨를 직장건강보험 대상자에서 지역건강보험 대상자로 분류하고 보험료 납부 안내를 했다. 서둘러 납부하려 공단을 찾은 김 씨가 신용카드를 내밀자 카드 수수료(0.8%)를 더한 금액을 붙여 결제를 해야 한다는 말이돌아왔다. 김 씨는 이해가 안 갔다. 앞서 그는 지자체에 재산세, 주민세를 모두 카드로 납부했는데 수수료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공단 담당자에게 따졌더니 “국세와 공단, 공사는 지자체와 달리 신용카드 수수료를 납부자가 부담하는 게 관행”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 입장에선 “납세자 입장에선 같은 세금인데 어떤 곳은 수수료를 납세자가 부담하고 어떤 곳은 기관이 부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처럼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으로 “왜 국세를 카드로 납부하는데 수수료를 따로 내야 하느냐”며 민원을 넣는 납세자가 상당수다. 세금 수납도 일종의 공공서비스라면 서비스는 수혜자에게 최대한 이득을 주려 해야 하는데 ‘국세 따로, 지방세 따로’인 수수료 정책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매년 신용카드로 세금을 납부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해법은 없는 걸까.

▶신용카드 세금 납부 얼마나 늘었나

▷2014년 4조원, 지난해 43조원으로 ‘껑충’

‘1000만원에서 무제한으로.’

2015년 정부는 국세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국세 카드납부 한도를 대폭 늘렸다. 신용카드로 한도에 상관없이 국세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그러자 카드사들은 일제히 세금을 카드 납부할 때 무이자 할부, 포인트 납부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주겠다며 새로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세금을 신용카드로 내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세 카드 납부 한도 조정 원년인 2015년 국세 카드 이용액(개인·법인카드)은 18조50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14조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엔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연말 기준 43조7000억원의 세금이 카드로 걷혔다. 그야말로 급증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2013년 신용카드, 체크카드 승인액 중 공과금 비중은 3.5% 정도였지만 2015년 7.5%, 지난해 말에는 10%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드사 마케팅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하나SK카드는 국세나 지방세는 물론 4대 보험료까지 카드로 납부하는 고객에겐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용카드 비교 사이트 ‘뱅크샐러드’의 김태훈 대표는 “비록 수수료 수익은 많지 않지만 후발주자 입장에서 어렵지 않게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신용카드 결제 점유율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세금 납부 고객을 잡기 위한 신용카드 신상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세 카드 수수료 이용자 부담, 왜 문제

▷이용자 부담 총액 따져보니 3000억원 넘어

다만 지방세와 달리 국세는 신용카드로 납부할 때 수수료율 0.8%(체크카드 0.7%) 정도를 납세자가 부담해야 한다. 4대 보험도 초기엔 공단에서 부담하다 2014년 9월부터 수수료를 납부자인 국민에게 부담시켰다.

혹자는 ‘여타 업종에 비하면 카드 수수료율이 현격하게 낮은 편인데 얼마 안 되는 수수료 갖고 쩨쩨하게 왜 물고 늘어지나’라고 한다. 그런데 총액으로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카드로 걷은 국세가 43조7000억원. 여기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체크카드 수수료율(0.7%)을 일단 제외하고 기계적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0.8%를 적용해보면 이용자 부담 총액은 3496억원이나 된다. 이 돈을 모두 개인 혹은 법인이 부담했다는 말이다. 문제는 신용카드 세금 납부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용자 부담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니 ‘국가는 신용카드로 효과적인 세수 확보, 행정비용 감소 등의 혜택을 누리고 카드사는 카드사대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는데 비용 부담은 국민이 지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세는 왜 수수료 부담이 없을까.

신용공여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신용공여란 지자체가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해 1주일에서 1개월까지 일정 기간 동안 자금을 카드사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카드사가 납부 대행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는 제도다. 카드사는 납세자들이 카드 결제일에 낸 돈을 최장 40일간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재원으로 활용해 수익을 내 납세의무자의 납부 대행 수수료 부담을 없앤다.

▶신용공여 확대가 대안

▷국회 논의 중, 여러 변수 극복해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용공여를 국세, 관세, 4대 보험 등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을 발의해놓기는 했다. 김현미 의원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 간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국세 납부만 카드 회원이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신용카드 사용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를 우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 나온 검토보고서에서도 “정부는 지방세와 달리 국세는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수납 시 지체 없이 국고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어 신용공여 방식의 채택이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고금 관리법상의 ‘지체 없이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는 규정은 국세를 공무원이 수납했을 때 현금을 바로 국고에 입금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카드 납부와 같이 금융기관이 국고금을 수납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오히려 국고금 관리법 제4조의2는 한 회계연도의 세입 세출 업무를 다음 연도 2월 10일까지 완결하도록 하고 있어 (중략) 일정 기간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물론 관련법 통과까지 변수는 꽤 있다.

우선 중앙정부와 국세청 입장이 완강하다. 국세를 카드로 납부하면 편리하고 카드 결제 기간만큼 시간을 벌 수 있는데 이는 납세자가 누리는 이익이니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국가가 수수료를 부담할 경우 현금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고, 수수료 면제 혜택이 납세 규모가 큰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신용공여 반대 이유로 든다. 더불어 현행법상 국세는 카드로 납부하더라도 바로 국고로 들어가야 하고 또 카드 수수료 금액이 수천억원 단위인데 이런 거액을 신용공여 계약할 금융사는 많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이유도 들고 있다.

더불어 변수는 개정안을 발의한 김현미 의원의 거취다. 김 의원이 최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개정안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김현미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 소위에 관련 안건을 올리지 못해 올해 준비 중이었는데 장관 지명으로 입법 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법안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박지현 국회 입법조사관은 “기재위 소위에서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해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 불합리하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개정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 입장에선 국세 신용공여 관련 금융사 계약이 쉽지 않을 거라지만 일부 금융사 중에서는 ‘해보겠다’는 곳도 있어 여론 조성만 어느 정도 되면 요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3호 (2017.06.21~06.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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