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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월드컵대교 7년째 "내 다리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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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만 덩그러니… 공정률 38%, 완공 2015년→2021년 미뤄져

교량 최장 工期 신기록 세울 듯… 박원순 취임후 토목 예산 줄여

서울의 28번째 한강 다리인 월드컵대교는 공사 시작 7년째인 지금까지도 콘크리트 교각 10개만 세워진 상태다. 현 공정률은 38%(6월 1일 기준). 지난 16일 찾은 마포구 상암동 공사 현장에선 다리 중앙에 높이 100m 주탑을 올리고, 램프를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는 8월부터 교각 위로 상부 구조물을 올리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2010년 4월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월드컵대교 공사를 시작하면서 2015년 8월까지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의 공정률이라면 착공 10년 10개월이 지난 2021년 2월에나 공사가 끝난다. 2008년 9월 착공해 8년 10개월 만인 다음 달 부분 개통하는 동백대교(충남 서천~전북 군산·길이 1930m)의 교량 최장 공기(工期)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다. 월드컵대교의 사업비는 2590억원이다. 하지만 공사 기간이 5년 넘게 지연되면서 시공사 인력과 장비가 대기한 비용을 뜻하는 간접비 수십억원이 더 들 전망이다.

조선일보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월드컵대교가 착공 7년째에도 교각 10개만 세워져 있다. 현재 공정률은 38%로, 원래 완공 예정일보다 6년이 미뤄진 2021년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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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대교를 짓는 과정에서 이처럼 시간·비용 낭비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원순 시장이 2011년 10월에 취임한 이후 시가 복지·문화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왕복 6차로의 월드컵대교(길이 1980m· 폭 31.4m)는 포화 상태에 이른 성산대교의 교통량(하루 23만대)을 분산하려는 목적으로 설립이 추진됐다. 내부순환로와 서부간선도로 일대 교통 체증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월드컵대교 공사는 착공 초반부터 차질을 빚었다. 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가 2011년 예산으로 300억원을 책정했는데, 당시 시 부채 감축 대책의 하나로 100억원만 배당됐다. 완공 시점도 2016년으로 1년 늦춰졌다. 2011년 10월 취임한 박원순 시장이 "토목 사업을 줄여 복지 분야에 쓰겠다"고 선언하면서 월드컵대교 공사 예산은 더 줄었다.

반면 박원순 시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서울역 고가공원(서울로 7017)은 공사 첫해였던 2015년에 총 예산 597억원의 30%인 180억원이 책정됐다.

월드컵대교 개통이 늦춰진 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크다. 상암동에 사는 서진수(41)씨는 "2015년에 월드컵대교가 개통한다고 해서 2012년에 이사를 왔는데, 아직도 강변북로를 거쳐 성산대교 쪽으로 돌아서 출퇴근하느라 시간과 기름값을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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