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파리서 또 테러… 이번엔 가스통 차량이 경찰차 들이받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들어 5번째… 대통령 宮과 200m 샹젤리제 거리서 범행]

- 프랑스, 2년째 국가 비상사태 유지

범인은 佛 태생의 급진주의자… 20년 넘게 위험 인물로 감시받아

車에선 소총도… 피해자는 없어

같은 날 벌어진 런던 테러 범인은 네 자녀 둔 40대 백인 남성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이자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19일 오후(현지 시각) 한 괴한이 승용차로 경찰 차량을 공격하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 발생 지점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있는 엘리제궁에서 불과 200~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범인은 승용차 충돌 직후 발생한 차량 내 폭발로 화상 등 중상을 입어 사망했고, 경찰 피해는 없었다. 범인 차에선 소총과 가스통 등이 발견됐다.

앞서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지난 4월 20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아랍계 프랑스인(39)이 소총을 난사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국제도시에서 테러가 일상화되는 양상이다.

조선일보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 괴한이 모는 승용차가 경찰 차량을 향해 달려들어 들이받은 후 노란색 연기가 피어오르자 경찰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차량에는 자동 소총과 권총, 가스통 등이 발견됐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샹젤리제 거리에서 흰색 르노 '메간' 승용차 한 대가 경찰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경찰차엔 8~10명의 경찰이 있었다. 프랑스 뉴스 전문 채널 BFM TV는 "충돌 직후 범인 차량에서 노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범인이 마지막 순간 차 안에 있던 폭발물을 터뜨리려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범인 차에선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자동 소총 한 정과 권총 2정, 가스통 등이 발견됐다. 범인은 총기 휴대 면허를 보유했고, 평소 사격 연습도 많이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일간 르피가로는 "범인은 프랑스 태생의 튀니지계 아담 자지리(31)로, '급진 이슬람 운동'이란 단체에 가입해 정보 당국이 1995년 9월부터 테러 위험 인물 리스트인 '파일 S'에 올려놓고 예의주시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경찰은 범인의 아버지와 전 아내 등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인 파리에선 올 들어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일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알제리 출신 파리드 이켄(40)이 경찰관에게 망치를 휘두르다 총에 맞아 검거됐다. 앞서 지난 2월 3일 루브르박물관에선 이집트 국적 압둘라 메다알 하마미(28)가 경계 근무 중이던 군인을 흉기로 공격하다 붙잡혔고, 3월 18일 오를리공항에선 여군 총을 빼앗으려던 지예드 벤 벨가셈(39)이 사살됐다.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은 "이번 테러는 프랑스에 대한 테러 위협이 여전히 높다는 걸 보여준다"며 "다음 달 15일 종료되는 국가 비상사태를 오는 11월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프랑스는 2015년 11월 파리 동시 테러(사망 130명)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테러가 일상화되면서 프랑스 내무부는 테러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테러 알림 앱'을 개발해 보급했다. GPS(위성 위치 추적 시스템)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로 'SAIP'라는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주변에 테러가 발생했을 때 알림 서비스를 해준다. 또 집과 학교, 직장, 카페 등 평소 자주 가는 곳을 등록해 놓으면 그 근처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즉시 알려준다.

한편 파리 테러가 일어난 같은 날 새벽 영국 런던 북부 이슬람사원 인근에서 발생한 반(反)이슬람 차량 테러의 범인은 네 자녀를 둔 대런 오즈번(47)이라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즈번은 직장이 없는 실직자로 최근 아내와 이혼을 했으며, 범행 이틀 전 열두 살짜리 이웃 이주민 자녀를 위협하며 인종 차별적인 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오즈번은 이달 초 런던 브리지 차량 테러 이후 급격하게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며 "테러 때도 '모든 무슬림을 죽여버릴 것' '이건 런던 브리지(희생자)를 위한 것'이라고 소리쳤다"고 보도했다. 오즈번의 차량 테러로 라마단(이슬람의 금식 기간)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이슬람 신자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더타임스는 "차량 테러는 그동안 IS 추종자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주로 사용했다"며 "극우 성향의 백인이 이런 테러를 저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