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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금호 "상표권 양보없다"…금호타이어 매각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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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이사회 열고 '0.5% 요율' 재확인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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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이 19일 금호타이어 인수전 최대 관건인 상표권 사용에 대해 '저가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못 박았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쥐고 있는 금호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연매출액 0.5%에 20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더블스타에 상표권을 허용할 수 있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0.2% 요율에 합의하라는 채권단에 거부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호산업은 △사용 요율 0.5% △20년간 독점적 사용 △중간 해지 불가 등 금호그룹 측 조건을 담은 공문을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핑퐁게임' 양상을 보였던 상표권 문제는 금호와 산업은행 간 '치킨게임'으로 치달았다. 상표권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금호타이어는 채권단 자금을 수혈받지 못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원 규모 채권을 자력으로 막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도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금호그룹과 채권단이 평행선을 달린 데는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 상표권 가치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금호가 다른 회사에서 받는 사용료에 준해 0.2%를 기준으로 잡았지만 금호 측은 동종 업계와 자체 브랜드 가치 등을 산정해 0.5%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브랜드와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아무런 근거 없이 변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0.2%를 기준으로 한 사용료는 연간 59억원이다. 0.5%로 인상하면 147억원으로 올라간다. 금호 측 요청대로 의무사용 기간이 20년이 되면 더블스타 부담은 1760억원이 더 불어난다.

문제는 더블스타의 추가 자금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브랜드 가치까지 감안해 9550억원에 인수가액을 써냈다. 하지만 지금은 판매 실적 부진 등으로 지분가치(42.01%)가 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더블스타가 이미 고가 인수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라며 "이 이상 늘어나는 부담을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표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번 딜은 깨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채권단과 맺은 매매계약(SPA)상 상표권 보장 등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더블스타 측은 금명간 채권단을 통해 인수 중단 의향을 전달할지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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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은 딜 무산 책임 공방이 펼쳐지더라도 산업은행 주도 매각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을 제기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 SPA를 맺으며 상표권 조건을 설정한 것은 지난해 9월 금호산업 상표권 공문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금호산업은 '비독점적으로 5년간 상표권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금호그룹은 "당시 공문은 요율, 사용기간 등 세부 조건을 보고 합의하겠다는 취지였다"며 "산업은행과 사전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금호 고위 관계자는 "상표권이 금호산업 전속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사전 논의 없이 매각 절차를 진행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금호 측은 현 단계에서 법적 소송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이사회 결의에 따른 산업은행 최종 입장을 전달받은 뒤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20일 오후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실무 차원의 회의로 최종 결론을 내리는 자리는 아니다. 금호타이어 운명은 22일 결정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이달 채권 만기 연장 여부를 이때 결정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금호그룹과 산업은행 간 극적인 요율 조정 합의가 없다면 만기가 연장될 가능성은 낮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원 규모 채권 가운데 산업은행 몫은 6000억원에 달한다. 만기 연장으로 자금이 수혈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자력 갱생은 극히 어려워진다. 산업은행은 이와 별개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 해임도 추진한다. 금호타이어가 자력 회생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대규모 자금 공급이 필요하지만 이게 무산되면 박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이때 이번 인수전은 양자 간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IB업계에서는 상표권 분쟁으로 딜이 무산되면 더블스타 등 해외 업체만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와 산은이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더블스타가 딜을 깨면 결국 금호타이어는 기업가치가 낮아진 상태에서 저가에 매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호와 채권단이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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