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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아마존 뜨자 ‘정글’이 된 미 식품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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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유통 기지 될 ‘홀푸드’ 인수…기존 고객정보·기술·물류 이용 ‘먹거리 쇼핑’ 판 흔들지 주목

경향신문

슈퍼마켓의 전쟁이 시작됐다. 온라인몰과 점포매장이라는 신구(新舊) 유통의 구분은 사라지고 식품의 판매와 배송을 둘러싼 춘추전국전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유기농식품 전문 유통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촉발된 새로운 싸움이다. 아마존이 기존의 물류시스템, 기술, 이미 확보된 고객 정보를 가지고 먹거리 쇼핑의 질서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아마존의 전 소매전략 담당자인 브리튼 래드는 “홀푸드 매장 쇼핑카트에 스캔 기능을 달아 줄을 서지 않고 결제하게 하거나 온라인 주문 상품을 자동차로 바로 가져가고, 집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적용할 것”이라고 18일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미국 전역에 460개 매장을 가진 홀푸드가 아마존의 온라인 식품 유통의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마존 슈퍼마켓’의 등장은 8000억달러(약 900조원) 규모인 미국 식품 시장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에럴 슈바이처 전 홀푸드 대표는 아마존의 이번 인수를 두고 “온라인의 영향력이 슈퍼마켓 산업에서 얼마나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식품시장은 이미 틈새를 공략한 신생 기업들의 전장이기도 하다. 소비자 대신 장을 봐주는 인스타카트(Instacart),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문을 하면 자체 창고에서 식품을 배달해주는 프레시다이렉트(FreshDirect), 식재료를 다듬어 조리법과 함께 배달해주는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등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슈퍼마켓의 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또 신종 업태들은 가공식품처럼 운반이 용이한 품목을 넘어 신선식품과 식재료, 식사를 위한 요리 등 유통 가능한 식품의 종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월마트는 지난해 30억달러를 들여 신생 전자상거래 업체인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미국 인구의 90%가 4700개 월마트 매장의 반경 16㎞ 이내에 살고 있어도 업체의 영향력은 계속 줄어든 탓이다. 월마트뿐 아니라 ‘타깃’ ‘크로거’ ‘세이프웨이’ 등 기존 미국의 슈퍼마켓들은 독일 알디(Aldi), 리디(Lidi) 등 해외업체들이 대거 진출하고 신종 업태가 등장하면서 무한경쟁 속에 던져졌다. 온라인을 장악한 아마존이 그동안 식료품 유통에서는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컨설팅업체 전략자원그룹의 버트 플리킹거 대표는 “슈퍼마켓 경쟁이 과열되면서 식품점들이 가격 싸움으로는 더 이상 승부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소매업연합(FMI)과 닐슨이 올 초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온라인 식품 매출은 2025년에 1000억달러, 현재의 5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점유율 역시 2016년 4.3%에서 20%로 늘어난다. 또 10년 안에 소비자들은 식품비의 4분의 1을 온라인에서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전통적인 슈퍼마켓과 온라인몰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하다. 미국 고객의 60%가 매장에 가기 전에 온라인몰에서 할인·쿠폰 정보를 검색하고 절반은 점포에 가더라도 실제 주문은 모바일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닐슨 보고서는 “슈퍼마켓 점포는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며 그 역할이 재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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