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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웜비어 부친 "아들은 北서 짐승취급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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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여행갔다가 구금돼 18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22)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아들이 북한에서 테러를 당했고 짐승 취급을 받았다"고 1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미국 사회의 분노가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을 위한 교섭에도 참여했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정부는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거나 그의 상태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하원에서는 북한여행금지법안의 발의돼 계류 중이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웜비어가 깨어나지 못할 경우 북미관계 악화가 불가피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애틀랜틱카운슬 등 미국의 싱크탱크들도 북한이 선을 넘은 것 같다고 지적하고 나머지 억류자에 대해서도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지니아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을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두 달 후 1시간짜리 약식 재판을 통해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웜비어의 건강한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웜비어의 아버지는 "지난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으로부터 아들의 상태를 듣고 가족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특별대표는 뉴욕, 오슬로 등지에서 북한과 사전접촉을 거쳐 지난 12일 평양을 방문해 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낸 인물이다.

북한은 지난 6일 뉴욕에서 윤 특별대표와 만나 웜비어의 상태를 설명하고 석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직후 식중독의 일종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렸고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웜비어는 신시내티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검사를 받고 있다.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반복적인 미국인 인질외교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억류된 다른 미국인들의 상황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6년 이래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은 총 16명이며 현재 웜비어 석방으로 김학송, 김상덕 씨와 김동철 목사 3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

앞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43일 만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은 북한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해 죽여달라고 애원한 사실을 밝히는 등 신체적 폭력을 호소한 사례가 있다. 1996년 억류됐던 미국인 에반 헌지커는 풀려난 지 한 달도 안돼 자살한 바 있다.

북한이 신체적 폭력을 삼가는 이유는 인권유린 국가라는 외부 비난에 대해 민감한 데다 구금된 미국인을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추후 석방 가능성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로버트 R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북한이 심리 전술을 사용하기는 하나 미국인에 대해 신체적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웜비어의 상황은 북한이 의도치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웜비어 석방 소식을 뒤늦게 발표하면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중앙재판소의 13일부 판정에 따라 노동교화 중에 있던 미국공민 웜비어 오토 프레데리크를 13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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