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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8년 만에 되풀이된 런던 아파트 화재 “스프링클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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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명 숨진 라카날 하우스 참사 '판박이'

1974년 세워진 노후건물에 방화시스템 미비

사망자 12명으로 늘어…수색 따라 늘어날 듯

중앙일보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의 24층 임대아파트에서 큰 불이 났다. 오전 1시쯤 저층부에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된 화재는 50여 분 만에 상층부까지 번지며 건물 전체를 전소시켰다. 화재의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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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새벽 불에 타 전소된 영국 런던 시내 24층짜리 아파트 ‘그렌펠 타워’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시간 내 불길이 전체 건물로 번져 최소 12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에 이 같은 방화 시스템 미비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15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1974년 세워진 그렌펠 타워는 30m 이상 주거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현재 소방법의 대상이 아니다. 그렌펠 타워는 지난 2년 간 860만 파운드(약 123억원)를 들여 외벽과 난방시스템 등을 리모델링했지만 여기에 스프링클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촌인 켄싱턴 지역의 인근 건물들과 외관상 조화를 이루기 위해 '치장'을 했지만 교체한 외장재가 화염에 취약해서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이번 참사는 2009년 런던 남부 라카날 하우스의 화재 참사와 ‘판박이’로 지적되고 있다. 14층 건물이던 라카날 하우스는 화재가 난 지 4분 만에 불길이 위층으로 빠르게 번져 6명이 숨졌다. 당시 화재 조사 결과는 외벽 패널이 방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건물 안전 기준에 대한 전면 검토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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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난 영국 런던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사고현장에서 애타게 친구 소식을 기다리는 런던 시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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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L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라카날 하우스 참사 직후 오래된 고층아파트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는데도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화재 안전 및 구조에 관한 의회 초당적 그룹을 이끈 루니 킹도 이날 LBC 라디오에 출연, 라카날 하우스 참사 이후 노후 건물에 화재 진압 시스템과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력히 권고했다고 말했다. 소방관 출신인 그는 "비슷한 똑같은 실패가 오늘 그렌펠 타워에서 일어났다"며 "만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면 불길이 이처럼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당 데이비드 에이머스 의원도 이 문제와 관련한 2014년 의회 논의에서 권고이행을 요구했지만 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잉글랜드에선 30m 이상의 새 아파트 건물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기존 오래된 고층아파트4000채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며 "권고 이행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120가구 400~600명이 거주한 그렌펠 타워에선 이번 화재로 현재까지 12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밤 화재 당시 주민들 상당수가 건물 내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소방당국과 구조대의 수색이 진행될수록 사망자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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