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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런던 24층 아파트서 대형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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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건물 크고 복잡해 사망자수 확인 안돼"

50분만에 건물 전체 불길...화재 경보 작동 안돼

불에 취약한 외장재...'인재(人災)' 가능성 커

메이 총리 "비극적인 인명 손실, 매우 슬프다”

영국 런던에서 24층짜리 아파트 전체가 불타고 주민 다수가 희생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0시54분쯤 런던 서쪽 켄싱턴 북부의 그렌펠 타워에서 불이 나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옮겨 붙었다. BBC 등은 오후 4시 현재 6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20명은 중태라고 보도했다. 화재 당시 120가구 400~600명의 주민이 건물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인명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은 “화재 발생 50분 만에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져 구조대가 도착하고도 속수무책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런던경찰청 스튜어트 쿤디 국장은 “희생자 수 및 신원 파악, 사고 수습에 며칠은 걸릴 것”이라며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소방당국의 대니 코튼 커미셔너는 “건물이 크고 복잡해 사망자 수를 말하긴 이르다”며 “29년 동안 소방 업무를 하면서 처음 겪는 최악의 화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런던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타버린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연합=AP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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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불이 건물 저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다고 전했다. 복수의 주민들에 따르면 건물 4층에 사는 한 남성은 “집 안 냉장고에서 불이 시작됐다. 곧바로 신고했는데 불이 이렇게 빨리 번질지 몰랐다”고 이웃에게 말했다.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불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쿤디 국장은 “현 단계에서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1974년 건축된 해당 건물은 임대아파트로 켄싱턴·첼시 구청이 소유하고, 관리는 영국 최대 임대 관리업체인 ‘켄싱턴앤드첼시임대관리회사(KCTMO)’가 맡고 있다. 이 업체는 2012년부터 2년간 외벽과 난방 시스템 등을 리모델링 했다. 화재 당시 건물에선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7층에서 탈출한 폴 무나크는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확산했는데, 화재 경보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BBC에 말했다. 외장재를 새로 덮으면서 불에 취약한 충전재가 포함된 패널로 마감한 것이 급속하게 불이 번진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KCTMO는 2014년 리모델링 진행 중 안내문에서 “각 가구의 현관은 화재 발생 시 30분간은 견딜 수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다른 고지가 없으면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소개한 것으로 보도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주민과 어린 자녀를 살리기 위해 창 밖으로 던지는 장면도 목격됐다고 영국 언론은 보도했다.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 이전부터 입주자협의회 측이 화재 위험을 제기해 왔던 곳으로 소방차 등 응급 차량 접근도 힘들었다고 한다. 한 생존자는 “언젠가는 일어났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방문 중에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비극적인 인명 손실에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윤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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