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런던 아파트 화재, "불나면 가만히 있으라" 지침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14일(현지 시각) 새벽 영국 런던에 있는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의 2층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건물 꼭대기까지 번진 뒤 건물 전체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영국 런던 고층 아파트의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수차례 화재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당국과 소유주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 시각) 불이 난 아파트 ‘그렌펠 타워’의 주민회 ‘그렌펠액션그룹’이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며 지난해 11월 남긴 항의문을 보도했다.

항의문에 따르면 주민들은 아파트가 고밀도로 설계돼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민회는 오랜 기간 당국에 수차례 경고했지만 매번 묵살당했다고 비판했다. 주민회는 2013년 배선 문제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안전 조사를 하려 했다. 추후 화재로 인해 대형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할 시 열악한 안전 환경을 입증할 만한 증거 자료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회는 “우리는 이 문제를 부각하려 했지만 켄싱턴첼시세입자관리기구(KCTMO)가 덮으려 했다”며 “소유주인 켄싱턴첼시왕립자치구(RBKC)는 세입자와 소유주 간 법적 문제 조사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1974년 지어진 지하 3층 지상 24층짜리 주거용 고층 건물인 그렌펠타워는 켄싱턴·첼시 자치구의 RBKC가 소유하고 있으며, 관리 책임은 의회의 위임을 받은 KCTMO에 있다.

주민들은 또 이 아파트의 안전 설비가 거의 방치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주민회는 “지난 20여년간 세입자들은 KCTMO로부터 어떠한 화재 안전 지침도 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불이 나면 집에 있으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주민회는 “소유주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소름끼치게 세입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는지 명확히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그들은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아파트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칸 시장은 “런던 전역에 많은 아파트가 있다”며 “주민 안전이 위험한 이 상황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주민회가 수차례 대형 화재를 경고한 사실과 주민들에게 ‘화재 시 가만히 있으라’는 안전 수칙이 전달된 것에 대해 “이러한 의문점들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상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