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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빈손'으로 끝난 세션스 청문회… ‘러시아 공모’ 부인, 코미 논란엔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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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통 의혹에 "끔찍하고 역겨운 거짓말"

'트럼프 독대' 관련 코미 전 국장과 상반된 증언도

미 언론 "노련하게 빠져나가" 백악관에 '도움' 평가

중앙일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스캔들 연루 의혹 속에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주목 받아온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이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지만 극적인 반전 없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청문회 증언 이후 수세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으로선 한숨 돌릴 기회를 얻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법무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회 청문회에 나온 세션스는 지난 대선 기간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내통설과 관련한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 관료들과 어떤 형태의 ‘(대선) 개입’과 관련된 논의도 한 적 없다”면서 “러시아 측의 대선 개입을 알지도 못하며 연루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세션스는 이 같은 의혹이 35년간 공직에 복무한 자신에 대한 “끔찍하고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이미 인정한 두 차례 외엔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4월 워싱턴에 있는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키슬랴크 대사와 만난 사실을 추궁했지만 세션스는 당시 트럼프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갔을 뿐 러시아 측과 사적인 회동을 하거나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세션스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의회 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최고위직 증인이다. 청문회 참석이 확정됐을 때부터 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8일 코미 전 FBI 국장의 증언이 ‘창’의 성격이라면 세션스 증언은 ‘방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노련한 전직 상원의원이자 현직 법무장관으로서 세션스는 자신을 둘러싼 주요 의혹엔 적극 방어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추궁엔 대답을 회피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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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러시아 스캔들 연루 의혹 속에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P=연합뉴스]


특히 지난 1월 말 트럼프와 코미의 독대 상황 전말을 두고 코미와 세션스의 해석은 첨예한 대조를 이뤘다. 코미는 당시 트럼프가 세션스를 포함한 참모들을 내보낸 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코미는 이러한 ‘대통령과 독대’ 상황에 우려해 세션스를 만났을 때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세션스는 이날 “코미가 트럼프와 관련된 우려를 내게 표명한 사실이 없다”면서 대통령과 독대 만남 자체도 부적절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세션스는 지난 3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라고 건의한 것이 모순되지 않느냐는 민주당 측 추궁에 세션스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 자신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주요 책임자로서 관련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과 법무 수장으로서의 조직 지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세션스는 오히려 코미 해임에 앞서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FBI가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동의했었다”고 밝혔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해임설과 관련해선 “그런 보도에 대해선 잘 모른다”면서 선을 그었다. 앞서 트럼프 측근을 중심으로 ‘트럼프가 뮬러 특검을 해임하려 한다’는 관측이 일었다. 세션스 장관은 “나는 뮬러를 신뢰한다”면서 “(해임과 관련된) 가상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 사라 허카비 샌더스 부대변인도 “대통령은 특검을 해임할 권리가 있지만 그럴 의도가 없다”고 명확히 함으로써 ‘특검 해임설’은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미 언론은 이날 세션스의 답변이 코미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문들을 해소해주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션스가 트럼프와의 사적 대화에 대한 질문에 ‘공직 윤리’를 들어 답하지 않은 것을 비판조로 보도했다. CNN은 “세션스가 수십년간의 의원 활동 경험에 힘입어 정치적 타격 없이 청문회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청문회 증언이 백악관에 득이 됐을 것으로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세션스가 트럼프와의 대화를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했다”면서 “그럼에도 백악관을 러시아 스캔들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게 하진 못했다”고 썼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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